신도시 땅 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불법 행위가 전 분야 업무에 걸쳐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 공사를 감독하며 업자를 알선해 부정 수급을 유도하거나, 허위 출장비를 받아 챙기는 일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비위는 드러나도 대부분 ‘제 식구 감싸기 식’의 경징계에 그쳐 재발을 양산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중이다.
9일 LH의 공직기강 점검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지역본부 주거복지사업처 B 차장은 지난해 주택 유지보수공사와 도장공사의 감독업무를 맡았다. B 차장은 자신이 감독 중이던 유지보수공사 현장대리인과 도장공사의 수급인을 서로 소개했다.
이후 수급인과 현장대리인은 물량산출서 작성용역을 계약했고, 이 용역 결과를 토대로 도장물량 증가 등 도장공사의 부적정한 정산설계 변경이 이뤄졌다. 이들의 부정한 행위로 도장공사비 약 1억2000만 원이 과다 지급됐고, 시공조차 하지 않은 구간도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B 차장은 현장 확인절차 없이 업자들의 말대로 설계변경을 시행하고, 준공검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B 차장이 현장대리인에게 용역업무를 소개한 대가로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LH 감사실로 알선을 통한 수재 의혹에 대한 제보가 접수됐지만, 감사실은 조사 결과 B 차장의 부당 이득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감봉 1개월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업자 알선과 함께 허위 출장 보고는 LH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조직 내부에서는 가짜 출장비가 ‘매달 2번째 받는 월급’으로 통용된다. 가지도 않은 출장을 보고하거나 교통비와 숙박비, 식비 등을 과다 계상해 올리는 식이다.
한 번에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거짓 출장비를 계속해서 챙기며 제2의 월급을 받아가고 있다. 지난해 1~8월 LH 임직원이 신청한 진주 본사 출장 3171건 중 2167건(68.3%)이 신청자의 본사 출입기록이 없는 허위 보고였다.
일례로 LH 법무실 소속 직원들은 지난해 서울과 평택, 청주 등 각 지역의 출장지를 모두 대중교통편을 이용해 다녀왔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들은 같은 목적지를 LH 공사 차량으로 이동하는 부서원과 계속 동승하면서 교통비로 처리된 금액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LH 인사관리처는 이들에게 주의와 경고로 조치하고 마무리했다.
이같이 조직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와 방만 경영으로 LH의 부채는 131조8000억 원을 넘어섰다. 부채비율은 251%에 이른다.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빚이다.
이번에 드러난 땅 투기 의혹을 통해 거대 공룡 공기업인 LH 조직을 쇄신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분이 커지는 배경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검찰이 계좌추적권이 있는 수사로 진실을 알려야 한다”며 “내부자 간 담합으로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정부의 자세로는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