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를 변경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을 추진한다. 현재 우리 민법은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3일 1인 가구의 사회적 공존을 지원하기 위해 사공일가(사회적 공존, 1인 가구)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9일 밝혔다.
사공일가 TF는 친족·상속·주거·보호·유대 등 5대 중점 과제를 중심으로 1인 가구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특히 사공일가 TF는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약 1500만 명으로 나타났다.
민법 98조는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동물은 이 중 유체물(공간을 차지하는 물건)로 인정된다.
이 때문에 학대 등으로 동물을 죽이더라도 법에서는 시가를 따져 재물손괴죄로 처벌하고 있다.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동물학대 단독 혐의로 실형을 선고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동물학대죄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례는 사실상 없다.
반려동물이 '재물'로 취급되면서 견주의 채무불이행 시 강제집행을 당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을 압류 금지 대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반려동물은 민법상 물건이 아니다. 독일과 스위스는 헌법에 동물 보호 의무를 명시하고 있고, 프랑스는 동물 학대자를 처벌하는 '그라몬법'을 통해 동물이 감각이 있는 존재임을 명시했다. 동물에게 제3의 지위를 부여해 물건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법무부는 올해 하반기 동물을 제3의 객체(비물건화)로 인정해 일반 물건과 구분하고 반려동물 압류를 금지하는 민법과 민사집행법을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민법 개정으로 동물에게 제3의 지위를 부여하게 되면 동물보호법 개정을 통해 동물학대에 관한 규정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궁극적으로 헌법에 생명권이나 동물권이 명시될 가능성도 있다.
강성국 법무부 법무실장은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 문화가 자리 잡았다"며 "동물에 대한 비인도적 처우 개선과 동물보호법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고 설명했다.
사공일가 TF는 전통적인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족 형태가 늘어나는 현실을 반영해 민법상 '가족' 개념의 재정립 방안도 검토한다.
자녀 양육 의무를 저버리거나 학대를 한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상속권 상실제(구하라법), 재산을 물려받은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지 않으면 재산을 반환하도록 하는 증여 해제 범위 확대(불효자방지법) 방안을 논의한다. 주거 공유(셰어하우스) 운영을 위한 임차권 양도·전대 요건 완화, 1인 가구 보호를 위한 임의 후견 제도 활성화 등도 포함된다.
사공일가 TF는 건축가·작가·인문학 교수·다큐멘터리 프로듀서(PD) 등 1인 가구와 관련된 경력을 가진 다양한 배경의 개방형 민간위원단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