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가 경기 양극화 고착과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위험에 처해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속된 경기 침체와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저성장-고물가 굴레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불황 국면 버티기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고, 불필요한 물가 상승 요인을 억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7일 발표한 '새로운 불안 요인,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라는 이름의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 동향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소비 시장은 개선됐지만, 내구재 소비 중심의 불균형 회복양상을 보였다. 다만 1월 소비 경기가 지난해 12월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설비투자 회복 가능성이 확대되고 건설 수주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수출 역시 단가 위주의 교역 반등과 주력 시장에 대한 수출 호조로 회복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도 불구하고 중국, 미국, EU 등 주력 시장에 대한 수출 경기가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고용절벽'과 인플레이션 우려 확대는 위험 요소다. 내수 불황 장기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로 대면 서비스업이 크게 위축되며 1월 중 전체 실업률은 5.7%로 이전 최고치인 2000년 1월과 동일한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 역시 공급 측 상승 압력이 높아지며 생산자 물가가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소비자 물가 역시 농·축·수산물,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1.1%의 상승률을 보였다.
연구원은 향후 한국 경제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리스크 요인으로 △코로나19 추가 재확산 △경기 양극화 고착 △스태그플레이션 등의 현실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3차 재확산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재확산이 발생하면 경기 반등세가 크게 약화하며 불황 탈출에 실패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라며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백신 접종에 의한 집단면역 형성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수출 시장과 내수 시장 간 경기 격차가 제조업ㆍ서비스업, 비대면ㆍ대면 업종의 산업 경기 양극화로 이어지며 향후 경기 회복 속도가 제한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수출-내수 시장 간 경기 격차는 제조업-서비스업 간 산업 경기 양극화로 연결되며, 나아가 고용 또는 소득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성장-고물가를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연구원은 "전년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2020년 2분기부터 4분기까지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경제 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여전히 경기 침체(stagnation) 국면에 머물러 있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특히,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019년 9월 이후 최근까지 1%대에 머물렀으나, 2월에 들어 2%로 상승하면서 인플레 우려감도 확산 중"이라고 짚었다.
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이전의 경제 규모로 돌아가는 시점을 집단면역 성공 여부에 따라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눴다. 백신 접종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시나리오 하에선 올해 하반기, 부정적 시나리오의 경우는 내년 상반기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가 코로나 이전의 정상적인 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방책으로는 △‘섣부른 경기 부양’보다 ‘불황 국면 버티기’에 정책적 역량 집중 △다시 대두하는 미·중 갈등에 대응할 수 있는 중장기 통상 전략 마련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응한 불필요한 물가 상승 요인 억제 △중장기 시장 정상화를 대비한 적극적인 투자 활성화 노력 △청년층 고용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적 비중 높이기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