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노후 단지들이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 선거에 따라 재건축 사업이 다시 좌초될 수 있다는 불안감 탓이다. 주민들은 생존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재건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머지 두 곳도 정밀진단
현재 여의도엔 맏이인 초원아파트(1971년ㆍ153가구)를 포함해 아파트 24개 단지(1만121가구)가 들어서 있다. 이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16개 단지(7746가구)가 재건축 연한인 40년을 넘겼다.
1977년 입주한 목화아파트는 지난해 정밀안전진단에서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외벽 균열, 철근 노출 등 안전성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원칙대로면 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으면 추가 검증 없이 바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
이 같은 사정은 여의도 다른 노후 아파트에서도 마찬가지다. 16개 재건축 대상 아파트 중 다른 13개 단지도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에 해당하는 D등급을 받았다. 나머지 두 곳(미성ㆍ은하아파트)은 현지 실사에서 안전성 낙제점을 받아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콘크리트 낙하 등 안전사고 사례집까지 만들어 재건축 필요성을 호소하는 단지까지 나왔다. 이제형 여의도 시범아파트 정비사업위원장은 "소유주들이 유지ㆍ보수를 하고 있지만 안전사고 위험을 불식하려면 재건축이란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의도 아파트가 하루하루 낡아가는 데다 안전성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지만 재건축을 낙관할 수 없다. 서울시는 각 단지가 제출한 재건축 계획을 번번이 반려하고 있다. 지역 단위 도시계획인 지구단위계획과 정합성을 맞춰야 한다는 명분에서다.
서울시는 2019년 여의도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발주, 최근 초안을 받았지만 아직 공개를 미루고 있다. 여의도 재건축 계획이 공개되면 부동산 시장을 들쑤실 거라는 우려에서다.
실제 2018년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여의도 통개발' 구상을 내비치면서 여의도 아파트값은 몇 주만에 수억 원씩 올랐다. 이는 한동안 진정세이던 서울 집값이 다시 상승하는 기폭제가 됐다. 서울시가 여의도 개발을 포기했던 이유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여의도 재건축이 다시 허용되면 인근 목동부터 시작해서 대단지 아파트 재건축 바람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시에서나 부동산 시장에서나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여의도 재건축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의도와 압구정, 잠실 아파트지구는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중앙정부와 협의 후 지구단위계획 내용을 결정하기로 돼 있다"며 "이미 큰 그림은 나왔지만 새 시장님이 오시면 그분께서 일정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각 아파트 단지에선 서울시 집행부 교체가 지구단위계획 발표를 포함해 막혔던 재건축 물꼬를 트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 공공과 민간, 누가 재건축을 주도할지를 두고 온도 차는 있지만 여야 공히 재건축 규제를 현행보다 완화할 것을 시사하고 있어서다. 재건축을 원하는 여의도 아파트 단지에서 서울시장 후보군을 만나 재건축 필요성을 호소하는 건 이런 맥락에서다.
안전진단 '통과'와 서울시장 선거가 맞물리면서 최근 여의도 아파트 매매시장엔 규제 완화 기대감이 스며있다. 지난해 15억 원대던 목화아파트 전용면적 89㎡형은 올 1월 18억 원에 거래됐다. 지금은 20억 원까지 호가한다. 1년 전 14억 원대던 시범아파트 전용 79㎡형 실거래가도 지난달 18억 원을 넘어섰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여의도는 서울의 상징적인 도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주거지역은 거주 환경이 열악한 편"이라며 "효율적인 토지 이용이 가능하도록 대규모 복합 개발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