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지난달 신규 공공택지로 발표된 경기 광명·시흥신도시 토지를 사전에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공개 정보를 알 수 있는 LH 직원과 국토교통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신도시 토지 취득 상황과 경위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수조사가 이뤄져 이들의 사전 투기 의혹들이 추가로 드러날 경우, 광명·시흥신도시 개발계획에 대한 전면 수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토부는 2‧4 주택 공급 대책의 후속조치로 수도권 3기 신도시 중 6번째로 광명·시흥지구를 선정한다고 지난달 24일 발표했다. 광명시 광명·옥길· 노은사·가학동과 시흥시 과림·무지내·금이동 일원에 들어설 광명·시흥지구(1271만㎡)는 총 7만호를 공급할 계획으로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다.
이 지구의 신도시 선정 발표 전후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는 해당 지역에서 LH 직원들이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구입했다는 제보를 접수받았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해당 필지의 등기부등본, 토지대장과 LH 직원 명단을 대조했다.
그 결과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수도권 LH 공사 임직원 14명과 배우자‧가족 등이 시흥시 과림동과 무지내동 일원 10개 필지의 토지 2만3028㎡를 나눠 매입한 정황을 확인했다. 이들은 해당 토지의 소유권 지분을 공동으로 취득하는 방식으로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토지들의 매입가격은 약 100억 원으로,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액은 약 58억 원으로 추정된다. 토지를 산 LH 직원 상당수는 보상 업무 담당자로, 신도시 발표 이후 보상가를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나무심기를 벌인 정황도 파악됐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LH 내부 보상 규정상 1000㎡를 가진 지분권자는 대토 보상기준에 들어간다”며 “일부 필지는 사자마자 이른바 ‘쪼개기’를 하면서 1000㎡ 이상씩 갖게 하는 등 보상 방식을 알고 행동한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LH 직원들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사전 투기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수의계약을 통한 LH 아파트 보유 △판교 등 분양전환 공공임대 계약 △투자 관련 조언 명목의 뇌물수수 등의 문제가 이어져 왔다.
3기 신도시와 관련해서는 유력 후보지였던 경기 고양시 삼송·원흥지구의 개발도면이 유출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광명·시흥지구 전체 1271만㎡ 중 파악한 2만3000㎡에서만 직원 10여명의 투기 의혹이 드러났다”며 “3기 신도시 전체에서 LH 공사 등 공공기관의 임직원과 가족, 국토부 소속 공무원들의 사전 투기 행위가 얼마나 발생했는지 공익감사를 통해 밝혀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앞서 고양시 삼송·원흥지구의 사례처럼 광명·시흥지구를 비롯한 3기 신도시에서 이뤄진 불법 행위가 잇달아 드러날 경우, 개발계획이 전면 수정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단발성 징계에 그치는 국토부의 대응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사전 투기를 지속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근본적인 대책 없이 사례별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향후에도 재발 가능성이 큰 불법 행위를 사실상 방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감사원이 철저한 감사를 통해 사전 투기의 경위를 전수조사해야 한다”면서 “국토부와 LH 자체적으로도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원인과 전말을 투명하게 밝히고, 직원들의 비위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LH 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수사 의뢰나 고소‧고발 등으로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