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코로나19後 대만경제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입력 2021-03-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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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몇 년 전 대만을 방문했을 때 한 경제학 교수는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며 대만의 젊은 세대도 비슷하다고 했다. 대만의 젊은 세대들이 대만을 ‘귀도(鬼島)’ 즉 ‘귀신의 섬’이라고 부른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중국에 종속된 경제체제, 고공행진 하는 부동산 가격, 좋은 일자리의 부족 현상 등 젊은 세대를 힘들게 만들 만한 많은 요소가 내재돼 있었다.

문득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한국경제를 비판하기에 급급했던 시절 대만 경제를 칭찬하는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었다. 가장 큰 이유는 중소기업 중심 경제체제가 구축돼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은 대기업 중심 경제체제가 자리 잡아서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힘든 반면 대만은 중소기업들 중심의 체제가 구축돼 있어서 균형적이고 안정적이라는 것이었다. 한국경제 비판에 치중하면서 한국경제와 대조적인 모습의 대만경제가 칭찬의 대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보니 이러한 지적이 옳지만은 않았다. 대만이 중소기업 중심으로 가면서 자신만의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대만 기업들은 글로벌 하청구조에 편입되면서 부품제조와 하청 중심으로 생산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글로벌 대기업들의 횡포에 노출이 된 것이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납품가를 충분히 지급하지 않았고 영업이익 내지 마진이 매우 박한 상황에서 생산을 이어가면서 대만기업들은 시원하게 부상하지 못한 것이다. 국내기업들끼리야 시정을 요구할 수도 있겠지만 글로벌 구조하에서는 시정을 요구하다가 납품 계약이 종료되기가 십상이다. 결국 글로벌 하청기지 내지 납품기지가 되면서 대만경제의 부진은 한동안 지속됐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전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대만경제의 선방과 질주가 돋보인다. 대만은 작년 3%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주목의 대상이 됐다. 가장 큰 이유는 많은 기업이 고생 끝에 글로벌 대기업 수준으로 우뚝 서기 시작했고 글로벌 하청구조하에서 영업하던 중소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부품 생산에서 대만 기업을 대체하기가 힘들어진 데에 있다. 특히 반도체 부문이 큰 역할을 했다. TSMCㆍUMCㆍ디어텍 등은 반도체 부문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반도체 부품이 모자랄 지경이 되자 부품 가격이 상승했다. 그리고 스마트폰 부품 업체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가 대만이다. 최종소비재의 글로벌 브랜드가 구축되지는 못했지만 부품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이 확보됐다. 특히 하청구조에 있어서도 단순한 OEM 방식 즉 ‘주문자상표부착’ 수준에서 ODM 방식 즉 ‘제조자설계생산’ 수준으로 진화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무시할 수 없는 부품업체들이 대거 등장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공급사슬 구조에 일찍 노출되면서 노력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부품 소재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획득한 결과이다. ‘글로벌’ 화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하게 된다. 이제 ‘귀신의 섬’이 ‘천사의 섬’으로 바뀔 조짐이 보이고 있는 셈이다.

작년 우리 경제 수출 규모가 5000억여 달러였는데 이 중 반도체 수출이 1000억 달러 수준이었다. ‘달러’를 못 찍는 나라가 ‘달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수출의 마법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첨단 분야에서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어려운 과제이지만 이를 확보한 기업과 그 기업이 속한 국가에는 소중한 자산이 된다. 이들이 열심히 영업활동을 지속하는 것만으로도 국가경제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 최근 우리 경제 내에서 기업을 함부로 대하는 풍토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을 소중히 여기고 이들이 속한 기업생태계를 잘 가꾸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는 점을 대만의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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