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선수 이재영·다영 자매 등 유명인의 과거 학교 폭력(학폭)이 잇따라 폭로되면서 심각성과 폐해가 재조명되고 있다. 학폭은 어린 시절 치기어린 행동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가해자에게는 엄벌을, 피해자는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학폭 예방 대책이 허술하고 미흡한 대응에 대한 피해자의 불신이 시간이 지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형태로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학폭은 범죄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인권 감수성 조기 교육 등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3일 “학폭 피해를 호소하면 오히려 ‘이상한 아이’ 취급을 당하는 등 피해자의 안전이 도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가해 행위를 한 아이들에게 명확하게 징계가 이뤄져야 하는데 모호하거나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범죄는 공소시효가 있기 때문에 학폭 미투 폭로는 사실상 ‘계도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몇몇 유명인에 대한 (학폭 미투) 사건은 아동청소년에게 계도적 차원에서 '사회적 처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학폭은 별도의 처벌 법률이 없다. 학폭 발생 시 정도가 심할 경우 일반 폭행, 상해 등의 혐의가 적용되지만 가벼운 징계의 경우에는 교사 재량으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록하지 않을 수 있어 가해자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14세 미만일 때 저지른 모든 사건은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처벌이 불가능하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피해 학생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인력과 조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성인이 된 이후라도 학폭으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건 해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가해자가 피해 학생의 고통을 이해하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변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어떤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 교육의 기본 원칙이 되도록 폭력에 대한 민감성과 감수성을 길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