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서울시장 선거전은 팽팽하다. 승패를 가를 변수는 세 가지다. 4차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코로나 민심과 부동산 시장 향배, 범야권의 후보 단일화다. 코로나 민심과 부동산은 여당 이슈이고, 단일화는 야당의 숙제다. 부동산 시장 불안은 여당에 최대 악재다. 정권 출범 후 24번의 부동산 대책은 실패작이었다. 서울 집값을 잡기는커녕 전국의 집값 급등을 불렀다. 서민은 내집마련 꿈이 사라졌다. 집을 가진 사람은 늘어난 보유세에 심기가 편치 않다. 모두가 불만이니 지지율 하락은 당연한 결과다. 중도층의 급격한 이탈에 여권은 비상이 걸렸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측근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경질했다. 공급 부족이 원인이 아니라던 입장까지 뒤집으며 대대적인 공급대책을 내놨다. 들끓는 민심을 수습하지 않고선 선거는 해보나마나라는 판단에서다. 문 대통령은 신임 장관에게 “부동산 시장 안정에 명운을 걸라”는 특명까지 내렸다. 말 그대로 총력전에 나섰지만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대책의 핵심은 공공 재개발 재건축이다. 대상지역의 정비기한을 아무리 단축해도 7~8년 후에나 입주가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집값 안정에 기여하겠지만 당장의 집값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선거는 코앞이다. 여기에 여권의 고민이 있다.
그래서 여권이 들고나온 카드가 4차 재난지원금과 자영업자 손실보상 카드다. 코로나로 생계가 어려워진 취악층을 돕는다는 명분도 있다. 표심을 자극하는 데 돈풀기와 SOC만 한 호재가 없다. 재정을 쥔 여권의 무기다.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경제부처의 목소리는 정치 논리에 묻혔다. 3월 말에 20조 원 안팎의 돈이 풀린다. 자영업자 손실보상 방안은 4월 초에 나온다. 모두 선거전이 한창인 때다. 문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전 국민 위로금’까지 거론했다. 부동산 악재를 넘기 위한 선거용 돈풀기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손실보상제는 자영업자들에게 제도적 안전망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일회성 재난지원금보다 파괴력이 크다. 자영업자 비율은 25%에 달한다. 한 달 보상액만 24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소급 적용엔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하다. 나라 곳간은 이미 바닥났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가 아닌데도 여권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선거를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2016년 용역에서 꼴찌였던 가덕도 신공항을 특별법까지 만들어 밀어붙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도 변수다. 야당엔 승리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단일화가 이뤄져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최근 여론조사 결과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당위론엔 동의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1987년 대선서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YS(김영삼 전 대통령)는 단일화 실패로 역사적 정권교체의 기회를 날렸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은 후보 단일화를 성사했지만, 대선 전날 정몽준의 지지 철회로 막판에 두 사람 사이가 틀어졌다. 결정적 국면에 실패 사례가 더 많은 게 단일화다.
판단은 국민 몫이다. 부동산 민심을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제가 덮는다면 여당 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 거꾸로라면 야당에 유리하다. 야권 후보단일화를 전제로 했을 때다. 실패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야권의 표 분산으로 승부의 저울추는 여당 쪽으로 기울 것이다. 여기에 진짜 변수가 하나 남아 있다. 선거 막판 헛발질이다. 최악을 피해 차악을 선택하는 게임에선 말 실수 한 방에 승부가 갈린다. 역대 선거가 그랬다.
승패의 키를 쥔 것은 진영논리서 자유로운 30%의 중도층이다. 이들은 힘을 앞세워 오만한 독주을 하는 여당이나 대안 없이 정권 비판에 열을 올리는 야당에 신물이 나 있다. 선거에 이기고 보자며 무차별 퍼주기에 나선 여당이나 견제기능마저 포기한 무력한 야당엔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 올해 1000조 원을 넘길 국가부채와 미래 세대의 부담은 안중에도 없는 구제불능 정치다. 여나 야나 마음 줄 곳이 없다. 그래도 선택은 하자. 최선이 없다면 차선, 차선도 아니라면 차악을 고르자. 최악은 피해야 한다.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냉정한 심판을 할 유권자가 남아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들의 선택에 국가의 미래가 달렸다.leej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