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놓고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까지 거론하며 강경 대응하고 있다. 정부는 중재보단 관망을 택한 모습이다. 의료법 개정이 의원 입법으로 소관 상임위에서 심의·의결된 점, 의협에 부정적인 여론 등을 고려할 때 총파업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손영래 중앙수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은 22일 중수본 백브리핑에서 “정부도 그런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여기에 대한 의사결정은 입법부인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뤄질 것”이라며 “정부는 결정권이 없다”고 말했다.
의협의 일부 주장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실형을 받은 모든 범죄로 면허가 취소되면 교통사고로 사람이 죽어도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사례를 검토해보니 교통사고도 고의가 아니면 벌금형이 대부분”이라며 “무면허로 두 차례 적발되고, 또 무면허로 운전하다 사고를 일으킨 뒤 달아나 운전자를 바꿔치기한 경우 징역 10개월이 선고됐다. 일반적인 교통사고는 실형이 선고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다른 전문직종과 형평성 문제도 지적했다. 변호사·회계사도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자격이 정지·상실된다. 선출직 공직자와 공무원, 아동·청소년 이용시설·기관에 대해선 더 엄격하게 취업 제한이 적용된다. 이런 맥락에서 의사 면허는 그동안 ‘철밥통’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따라서 의료법 개정을 이유로 한 총파업은 명분이 떨어진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 정책관은 “총파업을 할 것이라고 보진 않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이나 백신 접종 과정에서 의료계와 갈등으로 국민이 걱정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의협도 대응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전날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이 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다면 전국 총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김대하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료법 개정안 전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일부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국회와 의료계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 나가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