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출 80조…은행권, 5~10년 분할 상환 제안

입력 2021-02-2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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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못 내는 깡통기업 돕는
‘무조건적 이자유예’ 부정적
이번이 마지막 재연장 호소

은행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지원해 준 대출 규모가 8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이자조차 못 내는 한계 기업에 대해서는 이자를 원금에 합산하거나 5년 이상 장기에 걸쳐 분할 납부하는 등의 방식이라도 적용하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2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관련 여신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이달 17일까지 만기가 연장된 대출(재약정 포함) 잔액은 모두 73조2131억 원(29만7294건)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금융당국·은행연합회 보고 수치는 5조 원대지만, 이는 전산 시스템상 대출 담당 직원의 ‘면책’ 대상으로 등록된 건만 집계된 것으로 다른 은행들과 비슷한 기준을 적용하면 15조 원대라는 게 KB국민은행의 설명이다.

대출 원금을 나눠 갚고 있던 기업의 ‘분할 납부액’ 6조4534억 원(9963건)도 받지 않고 미뤄줬고(원금상환 유예), 같은 기간 이자 455억 원(4086건)도 유예했다. 이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납기가 연장된 대출과 이자의 총액 규모는 79조7120억 원에 이른다. 더구나 이자 유예액은 455억 원 뿐이지만, 이 이자 뒤에는 무려 1조9635억 원의 대출 원금이 있다. 결국 현재 5대 은행은 코로나19와 관련된 약 82조 원에 이르는 잠재 부실 대출을 껴안고 있는 셈이다.

3월 말 대출 연장·이자 유예 시한이 다가오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5대 금융지주 회장, 19일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장들을 잇달아 만났다. 오는 22일에는 은행연합회장 등 금융협회장들과 회동한다. 각 회의 후 금융위는 “참석자들이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조치의 6개월 연장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발표했다.

은행들은 일단 대출 원금 만기 재연장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불가피성을 어느 정도 수긍하면서도, ‘무조건적 이자유예’에는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도 내지 못하는 경우라면 상환 능력을 따져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결국엔 연명치료에 의존하는 한계기업으로 지원이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은행 실무진은 이자 유예 기업의 밀린 이자를 원금에 합산해 같이 갚게 하는 방법, 이렇게 합쳐진 원리금이나 밀린 이자만 따로 5∼10년 이상에 걸쳐 장기간 나눠 갚도록 하는 방법 등을 재연장의 보완 대책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3월 말 이후 이자유예는 신규 신청 기업에만 적용하고, 지금까지 이자를 미뤄준 기업들의 경우 밀린 이자를 일단 한꺼번에 내야 다시 유예해주자는 의견도 제시됐지만, 코로나19 관련 재연장 취지에 맞지 않아 금융당국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가 제안한 의견 가운데 금융당국이 아직 어떤 것을 받아들이겠다고 확정적으로 답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번 재연장부터 당장 적용되지는 않더라도, 6개월 이후에는 꼭 실행돼야 할 대출 연장·이자 유예 관련 ‘연착륙’ 방안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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