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가격 안정세 판단은 일러”
정부가 대규모 주택 공급 대책(2·4대책)을 발표한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이 한풀 꺾였다. 일부 단지에선 최고가보다 하락한 가격으로 거래된 곳이 나왔다. 하지만 아파트 매매값 안정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2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4% 올랐다. 이달 첫째 주 상승률은 0.17%로 2·4대책 발표 이후 상승세가 둔화됐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로도 서울 아파트값은 2주 연속 상승폭이 줄었다.
서울 내 주요 아파트 매매가격은 소폭 하락했다. 마포구 공덕동 래미안공덕4차 전용면적 59㎡형은 지난 10일 12억4700만 원(12층)에 팔렸다. 지난달 20일 같은 평형이 12억5500만 원(6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800만 원 내렸다.
서초구 서초동 마제스타시티(힐스테이트서리풀) 전용 59㎡형은 2·4대책 이후인 지난 8일 16억1000만 원(7층)에 팔렸다. 이는 지난해 11월 기록한 16억2500만 원(10층)보다 1500만 원 하락한 금액이다. 또 용산구 산천동 리버힐삼성 전용 59㎡형은 지난해 말 10억6500만 원(9층)에 거래됐지만 이달 6일에는 9억8000만 원(2층)에 손바뀜했다.
마포구 A공인중개 관계자는 “최고가에 맞춰 가격을 부르던 집주인들이 호가를 살짝 내려 빨리 팔겠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고가 아파트 보유자들이 이를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6월 1일 이후에는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 양도세율이 현재보다 10%포인트(P) 오른다. 3주택 이상 소유자가 첫 집을 팔 때 양도 차익이 10억 원을 넘으면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최대 82.5%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것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10억 원 초과 아파트 단지에는 자금력이 되는 매수 수요가 유입돼야 하는데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취득세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10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뜸해지고 매물이 쌓이면 가격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2·4대책 발표를 전후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소폭 늘었지만 시장 안정세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20일 전(2월 1일)보다 1.4% 늘었다. 이 기간 구로구(6.3%)의 매물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서 은평구(6.1%), 강북구(5.3%), 광진구(5.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구로구 구로동 구일우성 전용 59㎡는 지난 18일 5억 원(15층)에 거래됐다. 지난달 18일 기록한 최고가(5억5800만 원·10층)보다 5800만 원 하락했다. 노원구 상계동 금호타운(금호어울림) 전용 84㎡는 지난 5일 5억9700만 원(4층)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11월 6억 원(13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00만 원 내린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값 안정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입장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2·4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른 시점”이라며 “서울 외곽이나 저평가 인식이 있는 지역의 가격 상승폭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을 비롯해 아직 최고가 흐름이 꺾이지 않고 있다”며 “봄 이사철을 앞두고 있고 중저가 지역의 구매 수요 유입은 꾸준한 만큼 가격 숨 고르기가 안정세로 이어질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