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업계의 지각변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에 나선 가운데 티몬도 상장전지분투자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연내 기업공개를 위해 본격적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베이코리아도 매각을 공식화한 가운데 현재 홈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는 MBK 파트너스가 인수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11번가는 연내 미국의 아마존을 불러들여 반전을 노린다. 네이버는 배송을 강화하기 위해 CJ대한통운과 당일 배송을 추진중이고, 이마트 SSG닷컴은 네이버와의 동맹에 공을 들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해온 상장전 지분투자를 통해 3050억 원의 유상증자를 완료했다. PSA컨소시엄이 국내 기관과 외자유치 등을 통해 2550억 원의 투자금을 확보하고, 기존 최대주주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도 500억 원을 추가로 출자했다.
투자자들은 교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증자에 참여했다. 교환사채는 자본으로 인정돼 티몬의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된다. 티몬은 투자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함에 따라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와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진원 티몬 대표는 “자본결손금을 정리하고 하반기 성공적인 IPO를 위해 구체화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업계에서 평가하는 티몬의 시장 가치는 최대 2조 원 수준이다. 다만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이 기폭제로 작용해 티몬의 몸값이 재평가받을 가능성도 높다.
앞서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클래스A 보통주(이하 보통주) 상장을 위해 양식에 따라 신고서를 제출했다. 상장 추진 대상은 쿠팡 지분 100%를 가진 모회사 쿠팡LCC(미국 법인)이며, 이르면 내달 상장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쿠팡의 기업가치는 30조 원 수준으로 평가됐으나 상장 추진 과정에서 매겨진 가치는 55조 원대로 치솟았다.
이런 가운데 옥션과 G마켓 등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매각을 공식화해 이커머스 재편에 불을 지르고 있다. 지난달 말 블룸버그통신은 "이베이가 한국 사업에 대한 광범위한 전략적 대안을 타진하는 절차를 개시했다”면서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고 미래 비즈니스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쿠팡과 신세계, 롯데를 비롯해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MBK파트너스가 인수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가 오픈마켓 1위인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될 경우 쿠팡과 2강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내 식품시장의 이커머스 침투율은 2.4%에 불과해 신선식품을 주로 취급하는 홈플러스와 이베이가 힘을 합친다면 쿠팡을 위협할 또 하나의 유통 포식자가 등장하는 셈이 된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은 5조 원 수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20년 만에 이베이의 국내 법인 매각 검토로 2005년 월마트가 국내 시장을 떠난 이후 재편된 유통업계가 또 한번 지각변동을 맞이할 것”이라고 봤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면서 이커머스 업계의 합종연횡이 주목되는 가운데 이커머스 협력의 승부처는 배송 서비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17%(교보증권 추산)로 1위인 네이버는 이미 지난해 물류 협력을 위해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쇼핑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양사는 '물류 관련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빠른 배송'에 나설 계획이다. 양사는 지정일 배송과 오늘 도착 등 당일 배송ㆍ빠른 배송 등으로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SK텔레콤의 11번가는 올해 미국의 아마존을 불러들여 반전을 노린다. 특히 11번가는 2023년까지 상장을 추진할 계획인 만큼 우체국과 손잡고 '오늘 발송' 서비스를 1분기 중에 시작할 계획이다.
전통의 유통 강자인 롯데쇼핑도 쿠팡 이외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수도권 외 지역인 부산에서 새벽배송에 나서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올해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재편이 시작되는 한 해”라며 “쿠팡과 포털사이트 중심의 높은 점유율 상승이 예상되고, 이베이코리아의 매수 주체에 따라 시장 내 단기적 경쟁 심화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