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정부 및 물류ㆍ배터리ㆍ모빌리티 업계와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 대여(리스) 사업 실증에 나선다. 이번 사업이 상용화하면 전기차 구매 비용이 낮아지고, 사용 후 배터리를 친환경적으로 활용할 길이 열린다.
현대차는 18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현대차ㆍ기아 기술연구소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현대글로비스, LG에너지솔루션, KST모빌리티와 ‘전기 택시 배터리 대여 및 사용 후 배터리 활용 실증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MOU에 따르면 택시 플랫폼 사업자는 전기차를 구매한 뒤 곧바로 배터리 소유권을 리스 운영사에 매각한다. 이후 사업자는 전기차 보유 기간 월 단위로 배터리 리스비를 지급하면 된다. 택시 사업자는 배터리값을 제외한 가격에 전기차를 구매하는 셈이다.
배터리 순환 모델도 실증한다. 전기 택시에 얹은 배터리를 교체할 때 확보되는 사용 후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만들어 전기차 급속 충전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전기료가 저렴한 심야 시간대에 ESS를 충전하고, 전기료가 비싼 낮 시간대에 ESS를 활용해 전기차를 충전하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현대차는 실증 사업을 총괄하면서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을 택시 플랫폼 사업자인 KST모빌리티에 판매한다. 배터리 보증과 교체용 배터리 판매도 담당한다.
현대글로비스는 배터리 대여 서비스 운영과 사용 후 배터리 회수 작업을 수행하고, LG에너지솔루션은 사용 후 배터리로 ESS를 제작해 전기차 급속 충전기에 적용한다. KST모빌리티는 전기차 기반의 택시 가맹 서비스를 운영하고 전기 택시 운행으로 수집한 주행ㆍ배터리 데이터를 MOU 참여 기업에 제공한다.
배터리 대여 사업이 상용화하면 고객은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다. 배터리 비용이 제외된 가격에 전기차를 구매한 뒤 배터리 대여 비용만 내면 돼서다.
기술 고도화와 수요 증가로 배터리 가격이 매년 내려가곤 있지만, 여전히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배터리 대여 사업으로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가격대를 유지하던 전기차의 가격도 낮아지면 전기차 보급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
사용 후 배터리를 재사용ㆍ재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지금까지 사용 후 배터리는 활용처가 마땅치 않았는데, 이를 전기차 충전기에 사용하며 전반적인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업으로 사용 후 배터리의 안전성을 점검하고 잔존 가치 평가 기준을 마련하면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활성화도 가능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부와 산업계가 전기차 보급과 사용 후 배터리의 재사용 확대를 위해 힘을 모은 사례”라며 “새로운 혁신 모델 실증을 통해 전기차 생태계가 조기 구축되기를 기대한다. 향후 전기차 보조금이 없는 국가에도 내연기관 자동차와 가격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의선 회장은 이날 MOU 체결 후 정세균 총리와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5'를 시승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바탕으로 생산될 아이오닉5는 오는 23일 세계 첫 공개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