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부터 비즈니스·지속가능한 미래·유사직종·취향공동체·고민상담과 문제해결 등의 주제를 가진 가볍고 무거운 여러 이야기방들이 만들어졌다 사라졌다 한다. 클하(클럽하우스의 줄임말)는 방장이 방을 닫으면 기록이 남지 않는 휘발성 소통창구라는 점도 사용자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누군가는 화면 캡처를, 또 누군가는 메시지를 기록해 SNS에 공유하니 진짜 휘발인지는 장담 못할 일이다. 데이터가 아니더라도 말하고 듣는 순간의 경험이 참여자의 기억에 남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로컬브랜딩’을 주제로 여러 지역 활동가들과 관심 있는 이들 및 기관의 담당자까지 참여해 며칠간 대화했던 방과 ‘한국적 디자인’에 대해 나이와 지역 불문 담론의 장을 펼쳤던 순간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금융기업의 수장이 수천 명의 찐팬들과 브랜드에 대해 대화하고, 워킹맘들이 고충을 털어놓고 위로를 받으며 솔루션을 찾기도 했고, 새로운 서비스들로 타격을 받는 레거시미디어들이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뮤지션이 자장가를 불러주거나 트렌드리더들이 LP를 틀어주는 방은 깊은 밤에 더없이 좋은 친구가 되었다.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 뿐만 아니라 입담 선수 방송인들이 방을 여는데, 함께하는 이들은 수천 명이 기본이며 발언권을 얻어 스피커가 되면 상상도 못해봤던 셀럽들과의 대화를 경험하게 된다.
MBTI를 적기도 하는 간결하고 명확한 프로필 패턴도, 나와 관계를 맺은 이들이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갖는지 알 수 있는 것도, 세상에 없던 것은 아니나 경험에 새로운 환기를 준다. 오직 목소리만으로 소통하니 공감의 리액션이 어려운데, 마이크 깜빡거림으로 박수를 대신하거나 필요한 이미지는 프로필 사진에 올려 보여주기도 한다. 라디오처럼 느슨하게 듣다가 갑자기 메모하고 싶을 때는 카세트테이프를 넣고 녹음 버튼을 누르던 추억을 소환한다. 지나가버려 아쉬운 찰나의 경험이 중독의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방장을 포함한 모더레이터와 스피커 그리고 리스너의 태도에 따라 참여자의 경험 만족도가 달라지므로 모두에게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며, 특히 화자는 자기 생각이 명확해야 한다. 멋진 목소리와 달변임에도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으면 청중은 금방 사라져 버린다. 사람이 모이면 마이크의 권력이 발생하기 쉬우며, 목소리만 들리는 경우 화자의 메시지 왜곡과 청자의 곡해를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니 방의 목적에 따라 ‘아무래도 괜찮은지’, ‘최소한의 룰이 필요한지’ 방장은 노선을 정해야 한다. 사용자 경험 누적이 서비스 존재의 이유를 만드는 소셜미디어인데다, 클하는 모든 상황이 즉흥적으로 발생하니 이 도구를 어떻게 잘 쓸 것인지 사용자들이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겠다. 우리는 늘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상황을 염려하므로.
이 열기가 얼마나 빨리 식을지 궁금하기도 한데, 개인적인 경험으로 아직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이문세의 별밤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실리콘밸리에도 가며 군산으로 강릉으로, 고전을 탐닉하기도 미래를 준비하기도 하는 이 시공간의 여행이 즐겁다. 일본의 대표논객 아즈마 히로키의 ‘약한 연결’에서 이야기하는 ‘사고의 확장을 위해 스스로를 미지의 영역에 두는 행위’를 클하를 통해 좀 더 쉽게 실천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의 약한 연결 관계에서 이방인으로 때로는 호스트로 생각의 단초를 만나고, 느슨한 연대로 의미있는 주제에 힘을 보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경험과, 우리네가 그토록 어려워하는 토론과 합의의 연습도 가능하지 않을까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