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일가의 개인회사 설립을 규제하고, 내부거래 규제대상에 손자회사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재벌에 과도하게 쏠린 시장 경쟁력을 완화하는 차원에서다.
이진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KDI가 개원 50주년을 맞아 개최한 ‘WHAT’S NEXT? KDI가 본 한국경제 미래과제’ 국제콘퍼런스에서 ‘투명하고 활기차며 공정한 시장생태계 구현’을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먼저 한국 재벌의 특징으로 소유권과 경영권의 일원화를 꼽았다. 그는 “창업 이후에 성장하려면 외부 자본이 필요하고 보통은 주식을 발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투자자(소유권자)가 다수로 전환된다”며 “창업자가 사망하면 창업자의 지분이 자손에 상속되고, 이 과정에서 상속제 납부로 지분율이 하락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소유·경영이 분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건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그런데 국내 기업들은 규모가 커져도 소유·경영권이 일원화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된 주된 배경은 총수 일가가 최대주주인 기업이 모든 계열사를 지분관계로 지배하는 순환출자와 계열사 간 내부거래, 기업 거대화와 경제력 집중이다.
이로 인한 소유·경영권 일원화는 경영 투명성 저하와 총수 일가의 사익추구,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 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내부거래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시장에서 생산되지 않는 재화나 상품에 대해선 내부거래가 필요하지만, 너무 만연하다는 게 문제”라며 “부실기업도 일감을 몰아받으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지원에 활용된 기업들은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해 수익성이 떨어지고 그 주주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고 비판했다. 경제력 집중도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거래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어 협상력 격차, 일종의 ‘갑질’을 유발한다.
이 연구위원은 재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유경영과 전문경영의 장점을 융합한 한국형 지배구조를 제안했다. 전문경영은 경영 투명성 강화 등 장점에도 인수합병이나 신사업 추진 시 결정의 신속성이 떨어진다는 장점이 존재해서다. 전문경영의 단점은 곧 소유경영의 장점이다.
이 밖에 “내부거래 해소와 시장의 경쟁성을 제고해야”며 “불공정거래를 해소하고 수직거래의 공정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수 일가의 개인회사 설립 규제와 손자회사의 내부거래 규제대상 포함, 정책당국의 조사기능 강화, 사익편취 처벌 강화 등, 불공정거래 처벌 강화 등이 대안이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상대적 ‘을’인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도 “납품 거래선 다변화 등 자발적으로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