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버스 산업의 몰락…생산ㆍ내수ㆍ수출 30년래 최저

입력 2021-02-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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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와 저비용 항공사 등에 수요 빼앗겨…친환경 버스가 궁극적 대안

(자료=KAMA/그래픽=이투데이)
(자료=KAMA/그래픽=이투데이)

국내 버스제조 산업이 심상치 않다. 생산과 내수판매는 물론 수출까지 30년래 최저치에 머물렀다. 세 가지 지표의 동반 하락은 극단적으로 보면 관련 산업의 붕괴를 의미하는 전조 현상이다.

버스 산업의 몰락은 단순하게 완성차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버스 산업은 제조와 부품의 특성상 일반 자동차 산업과 연결고리가 적다. 승용차와 SUV에 활용해온 부품을 버스에 사용하기 어렵고 개발과 생산, 부품 생태계가 분리돼 있다.

여기에 제품 교체주기가 길고, 사업용 자동차가 대부분이라는 점도 차이점이다.

◇2002년 월드컵 전후로 버스 산업 전성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1년 국내 버스 생산 규모는 연간 10만 대 수준이었다. 현대차와 기아(아시아자동차), 대우차, 쌍용차가 버스 산업에 진출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때였다.

시장 규모도 점진적으로 커졌다. 본격적으로 고속도로망이 전국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던 1990년대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버스 산업도 성장세에 들어섰다.

1991년 10만5713대 수준이었던 버스 생산은 6년 만인 1997년에는 2배를 훌쩍 넘게 성장해 24만2871대에 달했다.

이듬해인 1998년, IMF 구제금융 여파에 버스 생산이 16만 대 수준으로 급락했지만, 다시 1999년에 20만 대 수준으로 올라서며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버스 생산의 정점은 2000년이었다.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관광산업 수요가 증가하면서 24만6288대를 기록했다. 내수 판매 역시 이 무렵이 전성기였다. 그러나 이를 정점으로 버스 산업은 지속해서 내림세를 타기 시작했다.

2018년 버스 생산은 최초 통계작성 연도인 1991년(10만5713대)에도 못 미치는 10만3537대에 머물렀다. 2019년(8만8882대)에는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0만 대 생산이 무너지기도 했다. 지난해 생산은 7만2305대에 머물러 30년래 최저치에 머물렀다.

▲고속열차와 저비용 항공사의 증가로 버스 수요가 급감 중이다. 다만 전기버스와 수소전기버스 등 친환경 버스 수요는 꾸준히 증가 중이다. 수출을 위해 선적 중인 현대차의 수소전기버스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고속열차와 저비용 항공사의 증가로 버스 수요가 급감 중이다. 다만 전기버스와 수소전기버스 등 친환경 버스 수요는 꾸준히 증가 중이다. 수출을 위해 선적 중인 현대차의 수소전기버스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지난해 생산과 내수와 수출 모두 30년래 최저

지난해 내수 버스 수요도 30년래 최저치에 머물렀다.

1991년 10만3000대 수준이었던 내수 버스판매는 지난해 4만8963대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관광산업이 크게 위축됐고, 집합과 모임 금지 등을 포함한 이동제한 탓에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경제위기를 고려해 정부의 사업용 버스 의무교체 유예 등이 맞물리면서 생산과 내수판매가 동반 급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어도 버스 내수판매는 지속해서 감소세다. 도로망 확충과 소득수준 개선에 따른 △비사업용(자가용) 자동차 수요 증가 △고속열차 노선 확대 △저비용 항공사 출범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탓이다.

장거리 대중교통 수단을 대표했던 고속버스를 대신해 상대적으로 값이 싼 저비용 항공사와 KTX 등이 활성화되면서 버스 승객도 감소하고 있다.

수출 감소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버스 수요 감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겪고 있는 현상이다. 글로벌 버스 수요 대부분이 신흥국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선진시장은 항공과 고속철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신흥국 중심 수요 확대는 우리에게 불리하다. 사업용 운송수단의 한계 탓에 우리가 지닌 고급화와 첨단기술을 앞세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싼 가격과 내구성 중심의 버스 수요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중국산 모델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배경이다.

이처럼 버스 생산과 내수, 수출 등 3가지 지표의 동반 하락은 관련 생태계의 ‘붕괴’를 의미한다.

소형 모터사이클이 이미 과정을 겪었다. 한때 대림과 효성이 양분했던 국내 소형 모터사이클 시장은 이제 값싼 중국산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스쿠터에 밀려 국내 생산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위축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 수요가 급증했지만 수요의 대부분은 중국산 스쿠터가 잠식했다.

▲버스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화 또는 친환경 버스가 대안으로 꼽힌다. 시장이 위축된 대형 버스에 집중하는 대신, 다양한 모델로 산업수요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진은 현대차가 유럽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쏠라티.  (사진제공=현대차)
▲버스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화 또는 친환경 버스가 대안으로 꼽힌다. 시장이 위축된 대형 버스에 집중하는 대신, 다양한 모델로 산업수요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진은 현대차가 유럽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쏠라티. (사진제공=현대차)

◇다양화와 친환경 버스가 글로벌 시장의 대안

글로벌 버스 수요가 감소 중인 가운데 여러 대안도 존재한다.

먼저 중형 버스 활성화다. 북미를 중심으로 성장한 대형버스와 달리 유럽은 20인승 안팎의 중형 승합차가 인기다. 현대차 역시 이 시장을 노리고 '쏠라티'를 개발해 선보인 바 있다.

친환경 버스도 향후 버스 시장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된다. 현재 국내 친환경 버스는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와 전기버스, 수소전기버스 등으로 나뉜다. 전기버스는 배터리 교환방식과 무선 충전 방식 등이 상용화돼 있다. 수소전기버스 역시 도로를 달리고 있다.

노선버스는 운행 구간과 시간이 일정한 덕에 운행과 충전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우리나라가 기술력에서 앞서 있는 수소전기버스도 대안 가운데 하나다.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승용차보다 공간적 제약이 적은 대형버스와 대형 트럭을 중심으로 수요층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버스산업 수요 대부분이 친환경으로 중심으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관련 부품산업 역시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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