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최근 공무원연금공단,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울산항만공사, 한국감정원장, 한국전기안전공사, 국가철도공단,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이 기관장을 뽑는 공고를 냈다. 올해 뽑는 기관장만 197곳에 달한다. 이는 전체 공공기관 340곳 중 절반이 넘는다. 통상 공공기관장 임기가 3년임을 고려하면 정권 초인 2018년 임명됐던 기관장이 대거 교체를 앞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 근절”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과 가까운 정치권 인사를 기관장과 임원으로 대거 앉혀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공공기관 337곳 중 108곳(지난해 9월 기준) 기관장이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으로 분석됐다. 공공기관 세 곳 중 한 곳이 정치권 낙하산으로 채워진 셈이다.
업무 전문성 없이 채용하는 낙하산 인사는 공공기관 비효율과 방만 경영을 이끄는 주범으로 지적됐다. 정권과 가깝다는 이유로 공공기관 예산이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쌈짓돈이 된 사례도 많다. 또 권력의 측근이 공공기관장이 됐다는 이유로 과도한 지원금을 받는 사례도 문제가 됐다.
일각에서는 미국처럼 정부가 바뀌면 기관장들도 일제히 사표를 내고 바꾸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어차피 공공기관이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아예 5년 정부와 임기를 맞추자는 것이다.
유상엽 연세대 교수는 "공공기관장의 대통령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고 전임 대통령이 임명한 공공기관장과 새로 선출된 대통령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하며 대통령의 임면권을 보장하기 위해 기관장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맞추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차관처럼 임기를 정하지 않고 사안에 따라 대통령이 자유롭게 임면권을 행사함으로써 공공기관장의 정치적, 행정적 책임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