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주사 지배구조 불확실성↑
“제재 수위 본 후 행정소송 불사”
“배당 제한 권고 과도한 경영 개입”
최대 실적 불구 주주 불만 커져
정부 ‘이익공유제’ 활용 의혹 증폭
이르면 내달 초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한 금감원의 제재가 확정된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직무정지 상당’,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통보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금감원은 오는 25일 외부인사들이 참여하는 제재심의원회를 열어 이들의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이후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손 회장과 진 행장은 연임을 할 수 없고, 향후 3~4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금지된다. 조 회장도 추후 경징계를 한 차례 더 받을 경우 중징계로 수위로 격상돼 거취에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우리은행의 경우 라임펀드 판매 금액이 은행권 가운데 가장 많고(3577억 원), 기초자산이 부실화는 정황을 감지한 뒤로도 펀드를 판매했다는 혐의를 받아 고강도 제재를 받았다.
손 회장은 이미 지난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를 받은 상태다. 곧바로 행정소송에 나서면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어 회장 직무는 유지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직무정지 처분을 받는다면 그룹 지배구조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신한금융의 지배구조도 적신호가 들어왔다.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 후보 중 한 명 인 진옥동 행장 역시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임기 종료 뒤 금융권 재취업이 막히기 때문이다.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손 회장과 진 행장이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내부 통제와 관련된 규정이 있다. 금감원은 이 규정을 들어 CEO들에게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금융권은 “금감원의 징계가 법적근거가 불충분 하다”며 맞서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당 규정이 선언적 문구인 만큼 제재 근거로는 불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종 제재 수위를 본 뒤 과하다고 판단될 경우 행정소송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오는 6월 말까지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제한하도록 은행과 은행지주에 권고하자, 과도한 경영 개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0조8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은행 대출 이자 이익이 늘고 증시 호황으로 비은행 부문 수수료 이익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하지만 주주들에게 돌아갈 배당금은 오히려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7일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에 연말 배당을 순이익의 20% 이내로 제한하기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들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배당축소에 대해 “송구하다”며고개를 숙였다.
KB금융지주는 지난 4일 이사회를 열어 2020년도 배당성향을 2019년보다 6%포인트 줄어든 20%로 의결했다. 주당 배당금은 1770원으로 2019년(2210원)보다 20% 줄였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난 5일 이사회에서 2020년도 배당성향을 20%로 정하고 주당 배당금은 2019년 대비 16% 축소된 1350원(중간배당금 포함 1850원)으로 정했다.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일단 3월 초 이사회로 결정을 미뤘으나, 다른 금융지주들과 크게 다른 결정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주들은 불만이다. 저금리로 은행 주가가 하락세인데다 배당까지 축소하면 투자 매력도가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당에서 추진 중인 은행권 이익공유제 참여와도 맞물려 ‘정부가 은행의 배당 축소분을 이익공유제에 쓰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불만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8일 은행권에 순이익의 20% 이내로 배당할 것을 권고한 것을 두고 비판이 일자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적법한 조치였다며 관치금융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금융위원회는 “배당 축소 권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한시적 조치로서 대부분 해외 금융당국이 실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