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권 탓한 김은경…재판부 "명백한 법령 위반" 조목조목 질타했다

입력 2021-02-0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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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연합뉴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연합뉴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김 전 장관 측은 이전 정부에서도 이뤄진 관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번처럼 계획적이고 대대적인 사표 요구 관행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질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1부(재판장 김선희 부장판사)는 9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청와대 추천인 탈락하자 7명 모두 불합격시켜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은 청와대와 협의해 원하는 사람을 산하 공공기관 임원으로 임명하기 위해 일괄 사표를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는 임원에 대해서는 표적 감사를 실시해 사표를 제출받았다"며 "환경부 공무원들이 내정자에게만 기관 업무보고나 면접 예상 질문을 제공하고 심지어 한 내정자의 업무계획서와 자기소개서를 대신 작성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 추천자 박모 씨가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정상적으로 진행하던 임원추천위원회 면접심사에서 서류 합격자 7명을 모두 불합격시키도록 하고 관련 공무원을 질책했다"며 "당시 임추위 위원이던 환경부 국장을 부당하게 전보 조치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의 이런 행위는 지원자들에게 유·무형의 경제적 손실을 끼치고 심한 박탈감을 안겨줬다"며 "지원자와 국민에게 공공기관 임원 채용 과정에 대한 깊은 불신도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임원 채용이라는 간절한 소망을 가진 공모 지원자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며 "위법한 임무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관련 공무원들에 대해 좌천성 전보 조치를 하는 등 원칙 없는 인사로 소속 공무원의 사기도 저하됐다"고 덧붙였다.

재판 과정에서 김 전 장관 측은 "이런 사표 요구나 공공기관 임원 내정자 지원 행위는 이전 정부에서도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며 유리한 양형 요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전 정부에서는) 이 사건과 같이 계획적이고 대대적인 사표 징구 관행은 찾아볼 수 없다"며 "설령 이전 정부에서 지원 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명백히 법령에 위반되고, 폐해도 매우 심해 타파해야 할 불법적인 관행이지 피고인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사유로 고려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청와대와 환경부가 공공기관 임원 내정자를 나눠 정한 적이 없고 사표 요구 계획이나 내정자 지원 행위는 환경부 공무원들이 알아서 한 것이라고 했다"며 "표적 감사와 보복성 인사는 실행한 적 없다면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경의 표적 감사ㆍ보복 인사…전부 유죄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내정자 박모 씨가 환경공단 서류 심사에 탈락하자 그 책임을 물어 환경부 공무원을 좌천시킨 혐의(직권남용), 전 정권이 임명한 환경공단 상임감사 김모 씨가 사표 제출 요구에 불응하자 '표적 감사'를 벌여 사표를 받아낸 혐의(강요)를 유죄로 판단했다.

김 전 장관이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 제출을 종용하고 이들 가운데 실제 사표를 낸 13명 가운데 12명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신 전 비서관이 공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공석이 된 공공기관 임원 자리에 청와대와 환경부가 점찍은 인물들을 앉히고, 이 과정에서 환경부 공무원들을 동원해 지원을 한 혐의도 유죄가 인정됐다.

이 밖에도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이 청와대가 추천한 박모 씨가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자 다른 서류 합격자 7명을 모두 면접에서 탈락하도록 유도한 혐의(업무방해)도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일부 환경부 공무원 관련 혐의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 법리적 이유로 무죄 판단이 내려졌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은 판결 선고 후 "예상하지 못한 판결"이라며 "사실관계나 법리 적용과 관련해 아쉬움이 많이 남아 항소심에서 잘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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