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내 8개 노동조합이 연대체를 만들고 최초로 사 측에 공동 교섭을 요구했다. 요구안에는 최근 산업계 내에서 불거진 성과급 제도 변경 등을 비롯해 임금 인상, 통상임금 정상화와 관련한 내용이 담겼다.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산하의 삼성 노동조합은 8일 오후 ‘2021년 임금 인상 및 제도 개선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엔 8개 삼성 노동조합연대(전국삼성전자ㆍ삼성디스플레이ㆍ삼성SDI울산ㆍ삼성에스원ㆍ삼성화재ㆍ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ㆍ삼성웰스토리ㆍ삼성생명직원노동조합)의 위원장과 간부를 비롯해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참석했다.
김만재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지난해부터 삼성 내에서 노동조합이 설립됐지만, 여전히 삼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노조 가입은 두려운 결정”이라며 “삼성 노조들은 이제부터 조합원뿐 아니라 삼성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 근로조건 향상과 ‘노동조합 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요구안에는 △2021년도 임금 6.8% 인상 △하위고과 임금삭감 폐지 △TAI(목표 인센티브) 및 OPI(성과인센티브) 제도 개선 △통상임금 정상화 △정년 만60세 보장 및 임금피크 폐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이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산업계를 달구고 있는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 산출 기준을 밝혀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창완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위원장은 “삼성은 매해 세전 영업이익에서 법인세와 자본비용 뺀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지만, 세부적인 계산식은 극비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라며 “성과급 지급 산정에 있어 무엇이 두려워 공개하기 어려운지 묻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일부 계열사에선 지난달 지급된 OPI를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에선 지난해 소비자가전(CE), 스마트폰(IM) 부문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성과급 규모는 작게 산정됐다며 반발 움직임이 일었다. CE부문과 IM부문이 각각 연봉 50% 수준의 성과급을 받았지만, DS 부문은 47%를 받았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 등에서도 지난해 호실적을 냈음에도 삼성전자보다 성과급 규모가 너무 작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이들은 삼성이 공식적인 임금 협상 등을 노사협의회와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했다. 지난해 5월 이재용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원칙 폐기'를 선언했지만, 산업 현장에선 이 같은 내용이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 노조 연대는 “삼성은 여전히 노조를 배제하고 노사협의회와 임금 노동조건을 협상하고 있고, 단체교섭 과정에서 제시한 내용은 현행 취업규칙조차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라며 “진정으로 무노조 경영을 포기했다면 삼성은 공동교섭에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각 노조가 개별적으로 노력했지만, 개별적·산발적으로는 삼성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라며 "차이를 허물고 공동요구안을 중심으로 사 측과 맞서려 한다"고 했다. 이들은 올해는 물론, 앞으로도 노조 연대를 중심으로 사 측과 공동교섭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