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으로 5년간 전국에 83만호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발표한 수도권 127만호 공급 대책과 합하면 210만호가 넘는 규모다.
정부와 여당은 “1990년 노태우 정부 시절 200만호 공급으로 집값을 안정시킨 후 31년 만에 최대 수준의 공급대책이 나왔다”며 자화자찬 일색이다. 시장에서는 실제 공급량이 훨씬 줄어들고 지연되며, 집값 상승세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주택 공급이 가능한 부지확보 물량으로 전국 83만6000호를 제시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32만3000호, 인천‧경기 29만3000호, 지방 5대 광역시 22만호 규모다. 수도권만 61만6000호에 달한다.
앞서 정부는 수도권 127만호 주택 공급계획을 지난해 발표한 바 있다. 지역별로 서울 36만4000호, 경기 75만7000호, 인천 15만1000호로 총 127만2000호 규모다.
이번 2‧4 대책과 더하면 188만8000호가 된다. 여기에 서울 전세대책 물량 7만5000호를 더하면 1990년대 노태우 정권 때 추진된 수도권 200만호 공급 계획과 비슷해진다.
정부는 이를 통해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이 잡힐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미 주거복지로드맵이나 3기 신도시 등 수도권에서 공급하는 물량을 합하면 200만호가 넘는다”며 “공공이 주도하는 개발사업을 통해 도심에 신속히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주택 공급이 잘 안 될 것이라는 국민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노태우 대통령 정부 시절 200만호 공급 이후 최대 수준”이라며 “집값 안정을 이룬 1990년 공급 대책처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정의 기대와 달리 부동산 시장에서는 긍정보단 우려 섞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지금까지 흐름을 봤을 때 공급 물량은 줄어들고, 입주 시기가 지연되면서 집값 상승세 역시 지속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실제 문재인 정부의 최대 주택 공급지인 3기 신도시의 경우 토지 보상 과정에서 원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지장물 조사와 보상 절차가 늦춰지고 있다. 3기 신도시뿐 아니라 정부가 주택 공급을 계획한 수도권 개발지구 곳곳에서 지방자치단체 이견과 지역주민 반발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중이다. 서울 강남권과 목동, 여의도 등지의 주요 재건축 대단지들은 일반 민간사업이 아닌 공공이 붙은 재건축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가운데 수도권 집값은 계속해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다. 지난해 127만호 대책을 발표한 이후에도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진 것처럼, 이번 83만호 대책도 과열된 시장을 잡지 못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번 주까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1.51% 상승했다. 지난해 동기(0.62%) 대비 두 배 넘는 상승률이다. 이 기간 서울은 0.18%에서 0.43%로 뛰었다. 경기는 0.94%에서 2.09%로, 인천은 0.34%에서 1.70%로 치솟았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 역시 0.64%에서 1.13%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서울은 0.47%에서 0.62%, 경기는 0.75%에서 1.34%, 인천은 0.57%에서 1.51%로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