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석유 소비가 5년 만에 9억 배럴을 밑돌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수송용을 비롯한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5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석유 소비는 8억7808만 배럴로 전년 대비 5.78% 감소했다. 이는 2015년 이후 처음으로 9만 배럴을 밑돈 수치다.
2015년 8억5625만 배럴을 기록한 국내 석유 소비는 이듬해 9억2420만 배럴을 기록한 뒤 2017년 9억4008만 배럴, 2018년 9억 3480만 배럴, 2019년 9억3195만 배럴을 기록하며 매해 9억 배럴을 웃돌았다.
지난해 석유 소비가 부진한 데는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코로나19의 유행에 따라 국가 간 이동 제한 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특히 지난해 국내 석유 제품 중 가장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항공유다. 지난해 항공유 소비 규모는 2173만 배럴로 전년 대비 약 44% 감소했다.
납사용 수요도 4억527만 배럴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60% 감소했고, 경유와 휘발유 수요도 각각 1억6384만 배럴, 8095만 배럴을 기록하며 4.63%, 2.17%씩 줄었다.
대부분의 석유 제품의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벙커C유 소비는 소폭 증가했다. 벙커C유의 지난해 소비 규모는 2206만 배럴로 전년 대비 0.5% 증가했다. LPG 역시 1억2240만 배럴로 0.21% 소비가 늘어났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본격화되는 올해부터 석유 수요는 다소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친환경 자동차의 확산, 태양광 발전 등 석유 수요를 줄이는 정책들이 예고돼 있어 석유제품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정부의 수소·전기차 전환 추진이 반영된 목표 시나리오상의 석유 수요는 2025년 9억5690만 배럴까지 증가하지만, 이후 2040년까지 연평균 0.4% 감소해 2040년 8억6900만 배럴까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비롯해 탄소 중립을 위한 친환경 정책들은 석유 시장의 위기 요인"이라며 "석유 사업자들 역시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