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초동은 전쟁터의 한복판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칼자루를 휘둘러 피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장관과 총장이 사사건건 반목하면서 1년 내내 갈등이 극에 달했고 ‘사상 초유’, ‘헌정사상 처음’의 수사가 붙은 일들이 계속 벌어졌다.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이 징계를 받아 대통령이 정직 처분을 했고, 법원 판단으로 처분이 정지되면서 돌아왔다. 결국 법무부 장관이 교체되면서 법무부와 검찰의 '용호상박' 대결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추 장관은 국민의 염원을 담아 검찰개혁을 완성하기 위한 행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개혁의 목적이 고작 권력에 반기를 든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불과하냐는 시선을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에 교정 당국이 휩쓸리는 등 민생이 뒷전이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은 '직구'가 아닌 '변화구'를 던지겠다며 검찰에 대한 대응을 달리할 뜻을 내비쳤다. 특히 박 장관은 “대문만 열어놓고 장관실 문은 걸어 잠그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서로 언제든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고 소통을 강조했다. 윤 총장도 이에 화답하듯 박 장관을 찾아 취임 축하 인사를 건네며 관계 변화를 예고했다.
다만 박 장관은 추 장관을 이어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조만간 이뤄질 검찰 간부 인사가 박 장관의 검찰개혁 방향성을 가늠할 척도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검찰개혁 작업이 계속되더라도 법무부와 검찰의 대립이 되풀이되는 모습이 돼서는 안 된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으로 수사기관 간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상황이다. 정치 싸움에 매몰돼 수사기관이 마비되는 피해는 결국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추-윤 갈등'이 '박-윤 갈등'으로 이어져 서초동이 전장이 되는 일이 재현되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