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역풍 우려에도 라임사태 '지주사 제재' 검토…물증 확보가 관건

입력 2021-02-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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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지주 모두 ‘매트릭스’ 도입
펀드사태 책임소재 드러났지만
제재 법적 근거 애매해 망설여
금감원 “결정적 증거 있어야”

금융감독원이 이달 라임 펀드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에 대한 제재 절차를 본격화하면서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복합점포로 금융지주사까지 제재할 만한 법적 근거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모펀드 사태를 계기로 불완전판매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어려운 단점이 여실히 드러났지만, 금감원은 역풍을 우려해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복합점포는 2014년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한 그룹에 속한 은행과 증권사가 하나의 점포에서 같은 고객을 상대로 영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신한·KB금융·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모두 자산관리(WM) 부문에서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해 비슷하게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그룹 차원의 리스크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한금투는 지난해 6월 라임운용 펀드의 부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이후에도 계속 펀드를 팔았고, 신한은행도 같은 해 8월까지 라임운용 펀드를 판매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안겼다. 이 밖에 다른 금융지주도 이번 사태에서 내부통제 기능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복합점포를 제재 대상으로 검토하면서 명확한 판단은 보류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단순히 복합점포에서 팔았다고 지주까지 제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은행도 공모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으면 제재가 어렵다”며 “섣부르게 나섰다간 오히려 금감원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개 영업으로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판례는 있다. 대법원 판결문에는 “금융투자업자가 고객에게 다른 금융투자업자가 취급하는 금융투자상품 등을 소개한 것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9조 제4항에서 정한 ‘투자 권유’를 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 해당 금융투자업자가 고객에게 해당 금융투자상품에 관한 적합성 원칙의 준수 및 설명의무를 부담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금융지주가 조직적으로 관여했는지 결정적인 증거가 있어야 제재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라임 펀드 사건 담당 변호사는 “펀드 소개가 은행과는 무관하게 은행원이 개인적으로 한 것인지, 은행 공식 업무 차원에서 이뤄진 것인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은 지주사가 잘못을 해도 책임을 묻기가 어렵고, 제재의 실효성도 떨어진다. 이는 지주사가 은행 등 자회사에 대해 과도한 경영 개입을 할 수 없도록 제한된 경영 관리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탓에 권한에 뒤따르는 책임이나 의무가 뚜렷하지 않다. 제재의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은 불완전판매 문제를 촉발하는 복합점포의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복합점포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관련 규정을 재정비해야 한다”며 “당국도 단순히 개별 은행, 증권사가 아니라 그룹 차원의 리스크를 점검하고 관리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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