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희망타운ㆍ전세형 공공임대주택, 지역별 '청약 양극화'
전문가 "입지 선호도 고려 않고 물량 집착한 탓"
‘0.1대 1’. 지난해 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 양주시 덕계동에서 분양한 ‘양주 회천지구 A17 블록’ 신혼희망타운 전용면적 55㎡형 청약 접수 결과다. 모집 물량은 총 506가구였지만 458건만 청약해 결국 미달됐다.
주택난 속에도 무주택자에게 외면받는 공공주택이 늘고 있다. 입지가 좋지 않아 살기 불편한 곳에 공급되다 보니 주택 실수요자들의 선택지에서 아예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최근 전세난 등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요자들의 입지 선호도 등은 따져보지도 않고 양적 공급에만 집착하면서 빚어진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공주택은 정부가 무주택 서민을 위해 저렴하게 공급하는 주택으로, 크게 공공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으로 나뉜다. 신혼희망타운은 공공분양주택으로 국토교통부와 LH가 육아와 보육 등 신혼부부의 수요를 반영해 짓고 그 전량을 신혼부부에게 공급하는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을 말한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수도권과 가깝거나 지역 중심지에 있는 공공주택은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지만, 입지가 좋지 않은 곳에 들어선 공공주택은 어김없이 미달 사태를 빚고 있다.
지난 18~19일 진행한 ‘위례 자이 더시티’ 신혼희망타운 청약에는 293가구 모집에 1만7026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58.1대 1에 달했다. 과천시 지식정보타운 S3블록과 S7블록에 짓는 신혼희망타운 역시 각각 16.9대 1과 14.1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경기 양주시 회천지구 A17블록과 시흥시 장현지구 A9블록, 평택시 고덕지구 A3블록 등은 모집가구 수를 채우지 못하고 미달됐다.
정부가 전세대책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전세형 공공임대주택’도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20일 접수를 마감한 결과 입지에 따라 청약 성적이 확연히 갈렸다. 이날 인터넷청약 접수분 기준으로 서울 서초구에선 1가구 모집에 무려 790명이 청약 신청에 나섰다. 반면 경기 여주시에선 37가구 모집에 신청자는 25명으로 경쟁률은 0.68대 1에 그쳤다. 이 밖에 수도권에선 경기 안성시와 이천시가 미달됐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임대료 중 보증금 비중을 80%까지 높여 월세 부담을 최소화한 전세형 공공임대주택은 무주택자에겐 매력적인 선택지"라면서 "그럼에도 공공주택이 실수요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은 입지와 가격이 그만큼 매력이지 않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장경석 국회 입법조사처 국토해양팀 입법조사관은 “공공주택이 미달된다는 건 소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진다는 뜻”이라며 “정부는 공급 숫자에 집착하기보다는 수요를 면밀히 따져 입주자들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형태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