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원순 성추행 사태 대처와 비교되며 타격…야권 "정의당, 민주당과 다르다"
정춘숙 여가위원장 "당헌ㆍ당규상 성평등 조항 실질화 노력 계기 삼아야…당내 성평등 교육 타이트하게 진행"
정의당이 김종철 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창당 9년 만에 존폐 위기에 놓였다.
정의당 내에서는 당 대표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라 발전적 당 해체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강경 발언이 나오고 있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당 부대표는 25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김 전 대표가 15일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정의당은 해당 기자회견 전에 대표단 회의를 열어 당 징계절차인 중앙당기위원회 제소를 결정해 당규에 따라 김 전 대표를 직위 해제했다.
김 전 대표는 이후 입장문을 통해 “지난 15일 저녁 식사 후 차량을 대기하던 중 피해자가 원치 않고 전혀 동의도 없는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행함으로써 명백한 성추행의 가해를 저질렀다”고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스스로 엄중 징계를 요청했다.
피해자인 장 의원도 입장문을 내고 “함께 젠더 폭력 근절을 외쳐왔던 정치적 동지이자 마음 깊이 신뢰하던 우리 당 대표로부터 평등한 인간으로서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고 심정을 밝히며 “만약 피해자인 저와 국회의원인 저를 분리해 영원히 피해 사실을 감추고 살아간다면 저는 거꾸로 이 사건에 영원히 갇혀버렸을 것”이라고 스스로 피해 당사자임을 공개한 배경을 설명했다.
정의당은 향후 대책을 고심 중이지만, 김 대표에 대해 제명 등 당 징계 외에 형사처분까진 어려울 전망이다. 피해 당사자인 장 의원은 입장문에서 “가해자는 모든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모든 정치적 책임을 받아들였다”고만 언급해 법적 책임을 거론치 않았다. 당 차원에서도 정호진 대변인이 “피해자 의사에 따라 형사고소하지 않고 당 차원에서 공동체적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물론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조항은 지난 2013년 폐지돼 제3자의 고발로 수사는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김 대표와 장 의원, 정의당 모두 구체적인 행위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수사가 시작되더라도 진술을 거부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형사처벌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성추행 사태로 정의당은 당원들이 ‘해체’까지 거론해 존폐 기로에 섰다. 정의당 당원 게시판에는 “집행부 전부 사퇴해야 한다”, “앞으로 당원으로서 정의당을 지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 대표가 저리했으면 당 해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정의당이 성폭력 근절을 핵심의제로 삼고 정치권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강경한 목소리를 내 왔던 점에서 이번 사건은 당 존립에 치명상을 안게 됐다.
더불어민주당도 덩달아 타격을 입게 됐다. 같은 진보 진영으로 묶인 데다 당내 성 비위 대처 차이가 부각돼서다. 단적인 예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이다. 당시 민주당은 박 전 시장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 칭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더구나 당 소속 인사의 비위 혐의로 선출직이 궐위되면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고쳐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후보들이 직접 나서 정의당 대처를 호평하고 민주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먼저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의당의 대응만큼은 매우 적절했다”며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낙인찍어 집단적 2차가해를 저지를 민주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오신환 전 의원도 입장문을 통해 “정의당은 원칙을 택했다”며 “피해호소인 운운하며 은폐 축소에 급급하고, 가해자에 피소사실을 알리고, 거짓말과 함께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 무공천 약속을 뒤집으며 당 전체가 2차, 3차, 4차 가해를 가한 민주당과 비교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사태에 대해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인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누구는 그럴 리가 없다는 예외가 없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고, 각 당의 당헌ㆍ당규상 성평등 조항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노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자당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성평등 교육을 타이트하게 진행하고 있고, 성범죄 이력이 있는 경우 공천에서 완전 배제시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