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실효성 없는 이익공유제 주장보다 증세 논의할 때

입력 2021-01-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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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정치경제부장

여당을 중심으로 이익공유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양극화 격차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로 많은 이득을 본 계층이나 업종이 피해를 본 업종에 자발적으로 이익을 조금 나눠줘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자 정부와 여당은 참여 기업에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기업들도 코로나19 상황에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당이 추진하는 이익공유제는 사실상 ‘기업 손목 비틀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익공유제 개념이 모호해 주주권 침해나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반시장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기업을 압박해 책임 전가하는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장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자영업자를 달래고자 여당이 이익공유제 카드를 제시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고 하지만, 이미 기업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 이는 사실상 강제인 셈이다.

이번 이익공유제 참여 대상 기업으로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쿠팡 등 플랫폼과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코로나19로 수혜를 봤지만 과연 어느 정도 혜택을 봤는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또 쿠팡은 지난해 매출 11조 원으로 전년보다 55% 급증했지만, 영업적자는 2000억 원을 기록해 이익을 나눌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쿠팡은 소프트뱅트의 비전펀드로 약 34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기 때문에 그동안 수조 원의 적자를 감내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익공유제를 자발 참여한다면 주주권 침해나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쿠팡처럼 수년간 적자를 감내한 기업이 많아 사실상 이익공유제 참여가 힘들다.

네이버, 카카오 등은 자발적 참여가 가능하지만, 구글 등 세계적 기업과의 형평성이나 역차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업무 추진 계획에서 업무순위 1번으로 ‘공룡 플랫폼 기업 갑질 방지’를 잡은 점도 기업엔 부담이다. 공정위는 이익공유제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기업이 바라보는 시선은 ‘압박’이라는 점이다. 금융권과 대기업들도 주주배당권 침해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익공유제 참여에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여당이 실효성 없는 이익공유제를 주장하기보단 국민에게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하는 데 재원이 마련이 어려워 증세를 해야겠다고.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적자국채 발행이나 기금 고갈은 문제가 있다고.

4월 재·보궐선거나 내년 대통령 선거가 여당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표를 얻기 위한 ‘언 발의 오줌 누기식 정책’보다는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 증세를 추진하는 게 백년대계를 위한 대의 정치가 아닐까. 국민이 지난해 총선에서 범여권에 180석을 준 것은 대의 정치를 해 달라는 희망에서 표심을 모은 것이다. 다음 정권을 계속 유지하는 수단으로 준 표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현재 입법을 추진 중인 자영업자 손실보상금 지급에 대한 법률안이 임시방편적 민생법안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증세 논의가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사회적 합의체를 구성해 과감한 증세 대화를 해야 한다. 증세는 자영업자 손실보상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복지 확대와도 연관이 있다. 무늬만 ‘증세 없는 복지’를 외치지 말고 이젠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때다.

현재의 세수 구조에 관해 기획재정부나 조세재정연구원조차 문제가 많다고 한다. 고소득자뿐만 아니라 만만한 월급쟁이만 세금을 많이 내는 구조가 아니라 저소득층도 일부 세금을 부담해 보편적 복지를 해줄 수 있는 증세를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얘기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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