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감시위 효과 못 본 이재용…재판부, 고민 끝 결론 내린 듯

입력 2021-01-18 17:06 수정 2021-01-1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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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경법상 횡령액 50억 원 이상 최소 징역 5년…재판부 '작량 감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차원의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실형을 피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양형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50억 원 이상의 횡령 범죄의 법정형이 5년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재판부가 작량 감경을 통해 선처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18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파기환송심인 점을 감안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이 부회장을 법정에서 구속했다.

삼성 준법감시위 실효성 없어

재판부는 삼성의 준법감시위 활동이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준법감시위와 관련한 부분은 이 부회장의 양형에 감경 요소로 반영되지 않았다.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이상 양형 조건으로 참작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삼성의 새로운 준법감시 제도는 일상적인 준법감시 활동과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준법 행위에 맞춘 감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위험에 대한 상대적인 위험 예방과 감시 활동까지 하는 데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삼성그룹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에 대한 준법 감시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고, 준법감시위와 협약을 맺은 7개 회사 이외의 회사들에서 발생한 위법 행위 감시 체계가 확립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또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야 준법감시 제도를 강화한 사정을 양형에 긍정적인 요소로 반영하는 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기업들에 사실관계와 법리적인 쟁점을 모두 다퉈본 후 이후에 유죄가 인정되면 그제야 준법감시 제도를 도입하거나 강화해도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준법감시 제도의 본질은 위법 행위의 예방에 있는 데 감형을 받기 위한 요소로 사용될 수 있다는 취지다. 앞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도 항소심 재판 중 준법감시 제도를 도입했지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9월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준법감시위가 이를 조사하지 않은 점도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위 출범 전의 사안이라거나 법원의 1심 판결 전이라는 이유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부분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준법감시의 본질은 제재가 아닌 예방이며, 기업의 전력(前瀝)을 분석하는 것은 향후 발생이 예상되는 법적 위험의 분석과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데 필수적인 작업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적극적 뇌물공여ㆍ위증까지…작량 감경으로 감형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결정적 이유 중 한 가지는 재판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건네진 뇌물을 '적극적인 공여'로 판단해서다.

재판부는 "전 대통령이 뇌물을 요구한 점에서 수동적 공여로 볼 측면이 있지만, 이 부회장은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직무와 관련한 이익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며 "그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을 해 단순한 수동적 공여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에게 잘 보이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거나 손해를 입을 염려가 있다는 정도의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뇌물을 공여하는 경우와는 달리 공여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을 하게 되면 대통령이 청탁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관계 공무원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한다는 점에서 죄질에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86억8081만 원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자금을 횡령해 이를 뇌물로 제공했고, 허위의 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방법으로 범행을 은폐했을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 위증까지 했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했으나 파기환송 전 1심이 선고한 징역 5년의 절반 수준으로 형량을 정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0억 원 이상의 횡령죄는 법정형에 따라 최소 5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된다.

그러나 재판부는 형량을 법정형의 절반까지 낮추는 작량 감경을 했다. 이는 이 부회장이 횡령으로 인정된 금액 전부를 반환한 점,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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