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이 늘면서 장바구니 물가로 고민하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집에서 식사하는 횟수가 잦아지며 식사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진지 수개월째인 데다 최근 들어 한파와 AI(조류인플루엔자)로 신선식품과 계란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가공식품의 경우 저장성이 높아 미리 대용량으로 구매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은 미리 구매하기 부담스럽다.
18일 농산물유통정보와 소비자원 참가격 등 물가정보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장바구니 물가가 한달새 11.58%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셋째주 4인 가족의 일주일치 장보기 비용은 15만 6245원이었지만 1월 셋째주에는 17만 4334원으로 오름세가 뚜렷했다. 쌀 등 곡류와 라면이나 장류, 생수 등 가공식품을 제외한 신선식품의 가격 인상률만 반영한 결과다. 실제로 가공식품 구입 비용까지 더할 경우 일주일치 장보기 비용은 20만원대 중반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채소류의 가격 인상폭은 확연히 두드러졌다. 1월 들어 영하 10도 이하의 한파가 이어지면서 채소 출하량이 줄어든 탓이다.
쪽파는 500g 기준 1월 셋째주 가격이 6460원으로 전월 동기대비 86.98% 올라 집에서 파전을 준비하려면 식재료 비용만 밀가루와 각종 해산물을 더할 경우 1만원을 훌쩍 넘게 된다. 된장찌개 역시 애호박, 양파 가격이 같은 기간 각각 37.05%, 18.44% 오르며 식당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비슷한 비용이 소요된다.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먹기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삼겹살 1㎏의 가격은 2만 9360원으로 3만원선을 위협하고 있는데다 상추는 물론 풋고추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주부들 사이에서는 “수입 삼겹살 집에서 외식을 하는 것이 더 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품목별로는 육류는 인상률이 미미했지만 채소류 인상폭이 컸고 수산물도 품목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강보합세를 보였다. AI 우려로 이미 12월부터 오름세를 보여온 계란은 한달 새 인상폭은 적었지만 전년동기 대비 10% 이상 가격이 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채소류는 양배추가 한 통 기준 4600원대로 35.95% 오르면서 쪽파와 애호박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상추가격도 22.59% 올랐고 대파 1단은 12.27% 오르면서 400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설 제수 대표과일인 사과와 배 가격도 벌써부터 심상치 않다.
아직 제수용품을 준비하기에 이른 시기인데도 벌써부터 10% 내외의 인상률을 보이면서 올 설 선물세트에서 사과·배 세트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뛸 조짐이다. 사과 대신 제철 딸기를 구매해도 한팩에 8000원 내외로 4인 가족이 한번에 먹을 분량을 준비하려면 2만원 가까운 비용이 들어간다.
수산물 가운데서는 갈치가 마리당 35.89% 오른 8414원으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이같은 장바구니 물가 행진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신선식품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이 하나둘씩 가격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다 밀키트와 가정간편식(HMR) 역시 도미노 가격 인상이 우려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량 구매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당장 판매가격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산지 가격이 폭등할 경우 농가나 협력업체와 추가협의를 통해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