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지 업체 2곳과 합작사 설립 추진”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양사는 이날 ‘스텔란티스(Stellantis)’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회사가 됐다. 합병회사의 이름은 “별과 함께 빛난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따왔다. 스텔란티스는 2019년 신차 판매 대수 기준으로 현대차(719만 대)를 단숨에 넘어 독일 폭스바겐(1097만 대)과 도요타(1074만 대), 닛산·르노·미쓰비시 연합(1015만 대)에 이어 세계 4위(789만 대) 업체에 오르게 됐다.
FCA는 2018년 프랑스 르노와의 합병을 시도했으나 해당 계획을 철회하고 2019년 PSA와 50대 50 지분을 갖는 조건으로 합병을 추진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로 나날이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스텔란티스는 지프부터 램, 푸조, 시트로엥, 오펠, 마세라티, 알파로메오 등 14개 브랜드를 거느리게 되며 단숨에 9%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게 된다. 회사의 합병 가치는 15일 종가기준으로 510억 달러(56조2785억 원)에 이른다. 회사 측은 합병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연간 60억 달러의 비용 절감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절감된 비용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스텔란티스의 행보는 몸집을 줄여 민첩성을 확보하려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경쟁사와는 대조적인 전략이다. 포드가 최근 100여 년 만에 브라질 공장 문을 닫는다고 발표하는 등 다른 업체들은 손실을 보는 지역에서 철수하고 글로벌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새 회사의 수장은 카를로스 타바레스 PSA 최고경영자(CEO)가 맡게 된다. 타바레스는 자동차 업계에서 추락하는 업체를 되살려낸 성공신화로 유명한 인물이다. 2013년 르노에서 대규모 적자로 고전하는 푸조로 자리를 옮긴 그는 6년 만에 푸조를 유럽 자동차 업체 가운데 가장 수익성 높은 업체로 탈바꿈시켰으며 2017년에는 쇠락한 브랜드인 오펠과 복스홀을 GM에서 사들여 되살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존 엘칸 현 FCA 회장은 스텔란티스 회장을 맡는다.
커진 몸집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산적해 있다. 당장 부진한 아시아 판매가 꼽힌다. PSA와 FCA가 각각 유럽과 북미지역에서 강점이 있지만, 두 회사 모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부진하다. 2019년 양사의 아시아 지역 시장 점유율은 4%를 밑돌았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해 스텔란티스가 중국 치루이자동차(체리자동차), 광저우자동차그룹과 합작사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텔란티스가 합작사 지분의 75%를 갖는 조건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스텔란티스는 18일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에서 첫 거래가 이뤄지고, 이튿날인 19일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주식 거래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