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가 국내 통신사 SK브로드밴드(SKB)에 제기한 민사 소송 2차 변론이 15일 열렸다. 넷플릭스는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통신 연결점에 갖다 놓는 것까지가 의무라고 주장했고, SKB는 넷플릭스가 망 이용 대가를 내는 것까지가 역할이라고 맞섰다.
지난해 10월 1차 변론에 이어 이날도 양사는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한국법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지난해 4월 SKB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걸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번 2차 변론에서는 소송의 중점 내용인 ‘망 이용 대가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관한 주장이 오갔다.
넷플릭스 측은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인 SKB가 콘텐츠제공사업자(CP)인 넷플릭스에 망 이용료를 내라는 것은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의무가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볼 수 있게 갖다 놓는 것까지일 뿐 망 이용 의무는 SKB에 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측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는 “SKB는 인터넷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고, 약관에서 최저 속도를 보장하고 있다”며 “SKB가 제공하는 최저 속도로도 넷플릭스 콘텐츠를 보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이용자들에게 한 약속과 달리 이용료를 원고들에게 떠넘기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SKB 측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넷플릭스가 ‘접속은 유상, 전송은 무상’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망 이용 대가를 접속료와 전송료로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의미다. 반면 넷플릭스는 망 이용 대가 관련 이용자와 ISP 간 거래를 접속료로, CP가 ISP에 보낼 때의 거래는 전송료로 분리했다. 이용자에게 전달되는 전송료는 CP가 따로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SKB 측 변호사는 망 중립성 원칙에 대한 넷플릭스 측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망 중립성은 CP가 인터넷망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망 중립성 원칙이 지켜지는 행태가 다르지만, 그것이 사기업 간 권리 의무를 정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즉, 망 이용 대가 지급에서 망 중립성이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넷플릭스는 SKB가 주장하는 ‘망 이용 대가’ 그 자체가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접속과 전송을 구분할 수 없다는 SKB 주장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반하는 주장”이라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와 EU 규칙 등에서는 최종 이용자에게 연결되는 상태는 접속으로 명백히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SKB는 ISP A와 ISP B 간 정산이 넷플릭스와 SKB 간 발생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잘못됐다”며 “양 사의 관계는 CP와 ISP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SKB는 국내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접속’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SKB 측 변호사는 “외국법과 논문을 참고할 필요는 있지만 여기는 한국 법정”이라며 “국내법에서는 ISP A와 ISP B 간 연결도 접속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피고의 주장이 모호하다고 하는데 보통의 합리적인 법조인이면 이해할 수 있다”며 “오히려 원고가 용어를 자의적으로 쓰면서 법적 판단을 흐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변론을 들은 재판부는 4월 30일을 3차 변론기일로 잡고, 3차 변론에서 기술적 설명을 위한 프레젠테이션과 증인 심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프레젠테이션은 넷플릭스 측에서 요청했고, 엔지니어 등을 포함한 증인 심문은 SKB 측에서 요청했다.
이날 변론에서 SKB 측 변호사는 반소(민사 소송에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를 제기할 의지도 내비쳤다. 다만 SKB는 “구체적인 계획은 미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