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강세장이 이어지자 자사주를 처분하는 상장사가 늘고 있다. 고점에서 자사주를 매각해 신사업 투자에 활용하거나 임직원 성과급으로 나눠주기 위해서다. 유동성 장세에선 대규모로 자사주를 처분해도 주가 하락 우려가 낮아 시장 평가도 긍정적으로 받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이날까지 61개 기업이 자기주식 처분 결정을 공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총 33개 기업이 자기주식 처분을 공시한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해 12월 한 달간 자기주식 처분을 공시한 기업만 57개에 달한다.
자사주 처분을 공시한 기업들은 처분 목적으로 신규사업 투자자금 조달, 직원 주식교부, 투자재원 및 재무건전성 강화 등을 내세웠다. 특히 자기주식교부 및 연말 상여금·성과급 지급을 위한 자사주 처분이 절반을 넘었다. 이어 유동성 및 자금확보, 자기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 순으로 나타났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지난해 3월 폭락장에서 주가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대거 사들였고, 최근 주가가 크게 올라 자사주 매각을 결정했다”며 “지난 3월 매입했던 자사주를 상승장에서 처분해 이익 실현, 임직원 배부 등에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시행한 자사주 매매 관련 규제 완화 기조도 매각 수요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금융당국은 6개월 간 상장사의 자사주 매수 주문 한도를 없앤 바 있다. 이에 다수 상장사들이 주가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를 대거 사들였다. 자사주 처분이 매수 6개월 이후부터 가능해 지난해 10월부터 매도 시점을 가늠하고 있었다는 분위기다.
이에 주가가 급등한 기업 중심으로 자사주 처분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 차원에서 유동성 확보 목적도 있지만, 우리사주, 스톡옵션 등 직원들의 차익실현 수요가 높아져서다. 상승장에선 자사주를 처분해도 개인투자자로부터 항의를 받을 가능성도 작다고 귀띔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자사주 매각은 해당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거나 주가가 고점이라는 신호로 해석됐다”며 “최근 증시에선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자사주를 매각해도 수급 우려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분위기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