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최고 수준의 도덕성’을 강조한 데 이어 준법감시위를 만나 그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최후진술에서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준법 실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삼성준법감시위에 따르면 이날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위원 모두가 참석한 가운데 임시회의를 열었다.
지난해 1월 설립된 준법위는 삼성 최고경영진의 법 위반 행위를 조사ㆍ감시하는 기구다. 2019년 10월 이재용 부회장의 횡령ㆍ뇌물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기업 내부 준법 감시제도'를 요구하면서 설립됐다. 파기환송심 최종 선고는 오는 18일 나온다.
위원회는 임시회의에 앞서 이재용 부회장과 면담을 하고 삼성의 준법문화 정착을 위한 이 부회장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전달했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도 위원회의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할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면담은 김지형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전 9시30분쯤부터 1시간 10여 분 간 진행됐다.
이 부회장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은 소개되지 않았으나 "준법감시위의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을 철저히 책임지고 보장하겠다. 지켜봐 달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이 준법감시위원회를 방문해 위원들과 만난 것은 지난해 10월 위원회의 요청으로 약 1시간 정도 면담한 이후 두 번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파기환송심 최후진술에서 준법감시위원들을 정기적으로 만나 위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재판이 끝나더라도 위원회가 삼성의 최고 준법통제 기구로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최후진술에서 이 부회장은 "그동안 제가 준법감시위원회 위원님들을 너무 자주 뵈면 우리를 감시하는 위원회의 의미가 퇴색될까 봐 주저해왔다"며 "이제부터는 준법감시위원들을 정기적으로 뵙고 저와 삼성에 대한 소중한 질책도 듣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준법감시위원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충분한 뒷받침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준법문화라는 토양 위에서 체크, 또 체크하고, 법률적 검토를 거듭해 의사결정을 해야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고 궁극적으로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책임지고 '철저하게 준법감시의 틀 안에 있는 삼성'을 만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 같은 의지에 따라 앞으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과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 재판부가 지정한 전문심리위원들이 내놓은 평가를 반영, 외부 연구용역을 발주한다.
준법감시위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준법 의무 위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최고 경영진의 준법위반 리스크 유형화, 평가지표, 점검항목 등에 대해 외부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준법감시위원회가 지난해 말 삼성 계열사들에 온라인 주주총회 도입을 권고함에 따라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SDS, 삼성전기, 삼성물산 등 5개사가 올해 주주총회부터 온라인으로 병행 개최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내년부터 온라인 주총을 실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위원회에 보고했다.
위원회는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SDS,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7개 관계사 대표이사들과 오는 26일 간담회를 하고, 준법문화에 대한 최고 경영진의 역할 등을 주제로 서로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