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3110선을 넘어서는 등 '코스피3000' 시대를 본격화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동학개미(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증시에 쏟아진 것이 코스피의 상승 랠리를 앞당겼다. 막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상승 랠리가 계속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반면 가파른 상승만큼이나 거품일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8일 코스피는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3124.74포인트까지 고점을 높였다.
이날은 외인이 1조 원에 육박한 순매수를 내면서 증시를 견인하고 있다. 지난 6일 이후 투자주체별로 코스피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 6일 개인이 1조7292억 원을 사들였고, 7일에는 기관이 1조339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날에는 외국인이 9000억 원 넘게 사들이며 3100선을 넘었다.
3110선에 거래되고 있는 코스피는 미국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에 따라 기술주 중심으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제조업, 전기·전자, 서비스업 등을 사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코스피가 업종별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고 수급이 뒷받침되고 있어 미국 나스닥과 비슷한 흐름이란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코스피의 3분의 1이 반도체를 차지하고 있고 이후 바이오, 제약과 IT 기업의 약진이 상승을 이끌었단 진단이다. 친환경, 2차전지 등의 강세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단기적으론 쉬어갈 수 있어도 개인의 매수 여력과 전기차 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선호를 고려할 때 중장기 기조는 여전히 우상향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은 4거래일 만에 2조3000억 원 매수 우위를 나타내고 있는데 강한 매수세에도 고객예탁금이 줄지 않고 있다"며 "향후 개인들의 매수세는 유동성을 발판삼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시가총액 대비 고객예탁금 비율은 2.9배를 기록해 2000년 이후 평균 수준인 1.85배를 웃도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이는 지난해 3월 코스피 반등장 시기(2.85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53조 원이었던 고객 예탁금은 이후 6개월 연속 증가해 올해 53조 원을 달성했다. 약 15조 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돈을 빌려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폭증은 코스피 3000이 '버블'로 이끌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3분기 가계가 주식 투자에 쓴 돈은 23조 원을 넘겨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밝힌 2020년 3분기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운용액은 83조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40조6000억 원)와 비교하면 1년 새 2배 규모로 커졌다.
특히 개인의 주식 투자액은 약 23조3300억 원으로 집계돼 '개미'들의 투자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보여준다. 문제는 실물 경제와의 괴리다.
정부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금융 완화 정책을 펼쳤다. 코로나 피해 취약부문 종사자의 생계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재난지원금 지급, 공과금 면제 등이 실물 경제로 몰려야 하나 고스란히 자본시장으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신융융자 잔고 추이와 코스피 지수가 정비례한 것이 이를 반영한다.
이 때문에 코스피3000 상승세가 지속하기 위해선 실물경제 회복이 뒷받침돼야 할 것을 정부는 강조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7일 "코스피 3000 등 금융시장 상승세가 지속되기 위해선 코로나 방역 성공과 실물경제 회복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이에 대한 공방이 뜨겁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스피 3000 달성을 축하한다. 한국 기업에 대한 국민의 믿음에 보답하는 증권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은 "실물에 비해 지나치게 부풀려진 거품 주가임은 전문가들의 실증분석 결과 확인된 상황이기 때문에 에어포켓 리스크가 상당해 정부가 단단히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희망을 부풀리고 샴페인 터뜨릴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