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호텔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올해 코로나19로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했으나, 향후 백신 상용화를 통한 '펜데믹 그 이후'를 내다보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따르면 '그랜드 조선 제주'가 지난 8일 문을 열었다. 그랜드 조선은 ‘즐거움의 여정’이란 브랜드 슬로건 아래 선제적이고 따뜻한 서비스를 통해 진정한 호텔의 감동을 선사해나가는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새로운 특급호텔 브랜드다.
기존 켄싱턴 호텔 제주를 리모델링한 ‘그랜드 조선 제주’는 지난해 10월 선보인 그랜드 조선 부산에 이은 그랜드 조선 2호점이다. 총 271개의 객실로 구성된 이 호텔은 6개의 식음업장과 타겟 별로 구분되는 총 5개의 실내ㆍ외 온수풀 수영장, 풍부한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이로써 코로나 시대 신혼여행 특수를 누리고 있는 제주도에서 특급호텔간 경쟁은 더욱 열기를 띨 전망이다. 그랜드 조선 제주는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위치하는데, 이곳엔 롯데호텔제주와 호텔신라제주가 이미 터줏대감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브랜드 라인업 확장은 계속되고 있다. 2018년 첫 독자 브랜드 '레스케이프' 출범 이후 신세계그룹은 2023년까지 5개의 호텔 브랜드를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이 같은 방침은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서울 을지로에 비즈니스급 호텔인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명동을 개장한데 이어 연말엔 판교에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랙션'을 오픈했다. 감각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조선호텔앤리조트의 또다른 독자 브랜드인 그래비티는 306개 객실과 연회장, 실내수영장 등을 갖춘 점이 특징이다.
올해 4월에는 서울 강남 옛 르네상스 호텔 자리에 254실 규모로 최상급 자체 브랜드 '조선 팰리스'를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엔 사명을 '신세계조선호텔'에서 '신세계'를 빼고 '조선호텔앤리조트'로 사명을 바꿨다. 독자 브랜드 라인업 강화와 사명 변경에 대해 회사 측은 "'조선호텔'이 가져가는 브랜드를 확장해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모회사의 든든한 지원이 공격적인 투자를 가능케하고 있다. 이날 이마트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조선호텔(현 조선호텔앤리조트)는 3분기까지 영업손실 47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영업손실(124억 원)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다만 이 가운데서도 이마트는 지난해 말 이사회를 통해 신세계조선호텔에 27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 3월 출자한 1000억 원을 포함하면 지난해만 이마트는 3700억 원을 호텔 사업에 지원한 셈이다. 그룹 오너의 간접 지원도 계속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해 본인의 SNS 계정에 판교 그래비티 방문 사진을 업로드하며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 사업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들뿐더러 한 번 영업을 시작하면 수십년간 지속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종식을 낙관할 수 없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가 이뤄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