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수 꺼냈던 국민연금, 상장사에 경고 효과 노렸다

입력 2021-01-0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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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 덕진구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모습. (연합뉴스)
▲전북 전주시 덕진구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모습. (연합뉴스)

국민연금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반대가 상장사에 대한 경고 효과를 톡톡히 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앞으로도 투자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경영 참여를 시사함으로써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시가총액 상위 기업부터 대기업에 평균 5~10% 내외 수준의 지분 투자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10.90%(지난해 9월 기준), SK하이닉스 10.99%, LG화학 10.33%, 셀트리온 9.16% 등에 10% 안팎을 유지하고 있고, 규모가 작은 기업엔 5%를 내외 수준을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투자기업에 대한 배당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국고채권(3년) 수익률은 1% 이하로 거래되고 있고, 해외에서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국민연금이 배당 확대에 눈을 돌린 것은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이익 대비 배당의 비율)이 다른 나라를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과거 10년 평균 23% 수준에 머물렀다가 지난해 33%까지 상승했지만, 영국 55%와 미국 40~49% 수준보다 낮은 수준이다. 중국마저도 35%이고, 대부분의 나라가 40% 정도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유난히 상속이 많았던 대기업 오너 일가의 배당금을 통한 상속세 재원이 이어지면서, 배당금의 맛을 보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을 제한하는 5%룰 완화 이후 늘어난 개인투자자들로 여론 형성까지 수월해지면서 든든한 아군까지 확보했다.

국민연금이 결과를 뒤집지 못할 것으로 뻔히 보이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반대 사안에 대해서 나름의 이유는 명확했던 것이다.

지난해 LG화학이 배터리사업부의 물적분할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국민연금은 LG화학의 분할 발표 이후 약 한 달 반 동안 총 3000억 원 규모(총 51만 주)의 지분을 시장에 투하했다. 9월 15일 70만 원을 웃돌던 LG화학 주가는 분할 계획 발표 이후인 10월 30일에 61만1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2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56개 주요 상장사의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꿨다. 이후 2분기에는 현대중공업 CJ제일제당 등 16개 상장사, 4분기에는 롯데하이마트 삼양식품 등 4개 상장사를 추가해 76개 기업을 일반투자로 분류해 놓고 있다.

올해에도 국민연금은 1월 중순부터 하순에 걸쳐 주요 투자 기업의 지분 보유 목적을 대거 변경해 주주환원의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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