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시대]②코로나 뚫은 코스피…“이제 시작이다”

입력 2021-01-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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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으로 눈돌리는 개미들...‘그레이트 로테이션’ 시작되나

▲투자자예탁금 추이. 출처=금융투자협회
▲투자자예탁금 추이. 출처=금융투자협회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참여 확대가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의 서막이 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됐던 자금이 수익률이 좋은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 매수를 위한 대기 자금으로 꼽히는 투자자예탁금은 68조2873억 원(4일 기준)으로 지난달 31일(65조5227억 원) 대비 4.2%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해 연초(29조8599억 원) 대비 38조 원 넘게 늘어났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장전한 ‘총알’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반영하듯 새해 연초부터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공격적인 매수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새해 첫 거래일인 4일부터 5일까지 이틀 사이에만 개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총 2조600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2675억 원)에 비하면 2배에 달하는 것이다. 증권사에 돈을 빌려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도 사상 최대치다. 개인들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4일 기준 19조3523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연초(9조2072억 원)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통상 1월에 매수가 집중되는 이른바 ‘1월 효과’가 반영된 것을 감안해도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확대 기조는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중은행의 정기금리 예금이 0%대인 상황에서 과거와 달리 부동산 등 안전자산 투자를 통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주식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 기조는 지난해도 그랬듯 올해에도 투자자금을 증시로 이동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특히 국내에서는 부동산 정책의 영향으로 거주 주택 이외의 투자 목적 부동산 매수가 줄어들며 이러한 현상을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세대별로 상황을 살펴보면 모아둔 자산이 많지 않은 20~30대들이 집을 사기에는 최근 집값이 급등한 데다 대출마저 정부 규제 여파에 여의치 않게 됐다. 집을 가진 기성세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두 채 이상 주택을 소유할 경우 막대한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집을 통한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다면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머니무브는 한번 촉발되면 오래 간다”면서 “2006년 말 국내 시장에서 펀드를 중심으로 신흥국 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이 7~8년 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투자자금이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게 되면 주택가격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신규 주택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 수요가 주식 시장으로 일부 분산된다면 집값 상승세가 누그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 달리 부동산과 주식 투자 수요와 가격은 우상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가격은 올해 모두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부동산 투자 수요는 꾸준히 유지되는 반면 신규 아파트 공급은 너무 적어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완만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춘욱 대표는 “지난해 30대가 부채를 엄청 끌어썼는데 동시에 이들의 주택보유율은 올라갔다”면서 “부동산 투자를 접고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주택 마련과 주식 투자를 동시에 하거나, 주택 마련을 위해 주식 투자에 나서는 20~30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조사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동학개미운동의 주축인 30대의 부채는 평균 1억82만 원으로 전년 대비 13.1% 급증했다. 30대의 부채증감 내역을 보면 담보대출, 신용대출, 임대보증금이 각각 13.1%, 12.1%, 16.7% 증가했다. 신혼부부 등 30대들이 소위 ‘영끌’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올해 증시와 부동산 가격이 함께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자산시장에 대한 버블 우려가 나온다는 점에 있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급격히 오르는 추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자산시장에 버블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면서 “올해 본격적으로 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나 미국을 필두로 선진국들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등 금리 상승 시그널이 나타나면, 그때 버블이 터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이어 “버블이 터지면 (부동산보다) 증시에 더 즉각적으로 충격이 갈 가능성이 크다”며 “주식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클 수 있어 버블에 대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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