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정부와 여당이 급등세를 지속하는 집값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면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추가적인 주택 공급 방안을 예고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정부 규제에도 집값이 더 가파르게 오르는 부작용이 컸고, 가용안 공급안을 대부분 내놓은 상황이라 획기적인 신규 대책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부동산원이 5일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주택 매매가격은 5.36% 상승했다. 2011년 6.14%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연간 7.57%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역시 9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1년 새 9.08% 급등했다. 서울(3.01%)과 경기(12.62%), 인천(9.57%) 모두 큰 폭으로 뛰었다.
서울은 월간 상승률이 지난해 11월 0.12%에서 12월 0.28%로 두 배 넘게 확대되며 상승폭을 키웠다. 정부의 잇단 규제로 지방에 유입됐던 투자 수요가 다시 서울로 몰린 영향이다.
서울에서는 강남권과 강북권 구분 없이 신축이나 주요 대단지, 정비사업이 진척되는 지역 위주로 집값이 가파르게 뛰면서 최고가를 경신하는 중이다.
지난달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롯데캐슬’ 전용면적 84㎡형은 10억2000만 원에 팔리면서 신고가를 다시 썼다. 인근 ‘두산위브트레지움’ 전용 84㎡형은 9억2200만 원에 거래되며 매매가격이 처음으로 9억 원을 넘어섰다.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3단지’ 전용 145.13㎡형은 26억 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해 직전 최고가를 3억 원 끌어올렸다.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8차’ 전용 204㎡형과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54㎡형은 각각 54억 원에 팔리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 입주 물량 감소, 지방권 가격 상승에 따른 상대적인 저평가 인식 등으로 서울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간 정비사업 막은 정부는 "공공주도 개발" 되풀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당ㆍ정ㆍ청은 신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신년 첫 공식회의인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투기수요 차단, 공급 확대, 임차인 보호라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추가 대책 수립에 주저하지 않겠다”면서 “혁신적이며 다양한 주택 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전날 시무식에서 “연초부터 모든 정책 역량을 투입해 반드시, 확실하게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이뤄지도록 진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변 장관도 앞서 취임식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수준의 맞춤형 주택을 속도감 있게 공급해야 한다”면서 “설 전까지 도심 공급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만간 변 장관이 참석한 당정 협의를 열고 올해 부동산 정책 기조를 조율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변 장관이 설 전으로 예고한 취임 후 첫 정책을 집중 논의할 방침이다.
변 장관은 도심 내 역세권의 저층 주거지와 준공업지역, 연립·다가구 개발 등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를 구상 중이다. 업계에서는 용적률과 도시계획 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주는 대신 공공개발을 통해 임대주택을 확대하는 방식에 무게가 실린다.
변 장관은 “서울 시내에 저밀 개발돼 있는 지하철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서울 도심에서도 충분한 양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면서 “도시계획과 건축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고 공공 디벨로퍼가 주민 및 민간 주체들과 협력해서 개발하는 사업 실행 모델을 적용하면, 저렴하고 질 좋은 주택을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공공 주도 개발로 민간의 참여가 불투명하고 실제 공급이 이뤄지기까지 최소 3~4년 이상 걸린다는 점 등이 한계로 지목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정부가 공공주택으로 개발하면 시장에서 자기자본을 투입해 공익에 기여할 여지가 크지 않다”며 “개발이익을 환수할 때 몇 %를 가져갈 것인지 세부적인 계획안을 내놓는 게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 교수는 “공공주택은 최소 3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의 집값 안정을 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시키는 등 주택 공급을 시장 기능에 맡기는 게 상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