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극복, 기회, 미래준비.’ 해마다 정·재계 신년사에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한국경제는 IMF 외환위기 이후 매해 고비였고, 단 한 번도 쉬운 해는 없었다. 만성 피로처럼 ‘위기의식’은 늘 강조돼 왔다. 때론 지나친 위기 강조 탓에 오히려 그 의미가 무뎌지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한 해는 정말 위기였다. 유례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으로 모두가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항공업계를 비롯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이 길고 긴 ‘코로나 블루’를 겪어야 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등장하면서 ‘V자 반등’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코로나 완전 종식 선언은 쉽지 않아 보인다. 대부분 전문가는 ‘포스트 코로나’에 앞서 ‘위드 코로나’ 시대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은 이르면 2월부터 시작돼 11월께 접종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우리와 교류하는 해외 국가의 백신 접종까지 함께 이뤄져야 진정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전쟁은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제서야 백신과 치료제를 들고 바이러스와 제대로 싸울 준비를 마쳤다.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과 함께 더 치열하고 긴 전투가 기다리고 있다. 경제와 일상이 극적으로 되살아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회복하는 데에는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지금 필요한 건 연착륙 준비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할 때처럼 급강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경기하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안전하게 착륙해야 다시 정비를 거쳐 이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당국과 기업들은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코로나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고 부작용을 줄이려는 현실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 ‘V’자 반등의 제일 아래 위치한 꼭짓점에는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치료제와 백신의 등장으로 장밋빛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내다보기엔 여전히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