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 불가능한 수준의 위조방지시스템을 만드는 새로운 원천 기술이 나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이지석 교수 연구팀이 미세 ‘공액고분자’ 입자 내부에 위조 식별 정보를 다중적으로 숨겨 놓는 새로운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공액 고분자 입자는 보는 방향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특성(구조색)이 있다. 이 입자를 물에 담그면 구조색이 사라지면서 입자 내부에 저장된 3차원 홀로그램(입체 문양)이 나타난다. 입자에 빛을 비추면 3차원 홀로그램 형광 패턴이 생긴다.
이 교수는 “입자(매질) 내에 구현된 3차원 홀로그램은 착시현상을 이용하는 기존 홀로그램과 달리 보는 각도에서 모두 형태가 다른 진정한 삼차원”이라며 “공액 고분자 매질에 ‘풀 패러랙스 (full-parallax)’ 특성이 있는 3차원 홀로그램을 구현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밝혔다.
5만 원 지폐에는 은선, 숨겨진 그림 등 독립된 위조방지장치가 숨어있는데, 이 입자로 여러 위조방지장치를 하나의 글자에 집약시킬 수 있다.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글자가 나타나고, 물에 담갔을 때 글자가 사라지는 위조방지장치가 대표적이다. 또 글자의 ‘픽셀’ 역할을 하는 입자 내부에는 3차원 홀로그램이 저장돼있어 픽셀이 또 다른 위조방지장치가 된다.
미세 공액고분자 입자 제조에 쓰인 기술은 고정밀ㆍ자동화 공정이라 쉽게 응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를 응용해 머리카락 굵기 입자 내부에 고해상도 명화를 프린팅했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시중에 파는 확대경만으로 쉽게 명화를 볼 수 있다.
또 태건트(위조방지첨가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미세입자를 대량으로 제조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미세입자는 가로, 세로로 4개씩 총 16개의 격자가 있으며 각 격자 당 4개의 색상을 구현할 수 있다. 격자당 발현되는 색상 조합을 다르게 하면 미세입자 1개당 약 40억 이상의 암호 코드를 만들 수 있다.
이 교수팀은 대학원생 및 학부 졸업생과 함께 AMHOLO라는 위조방지 시스템 개발 회사를 창업해 해당 기술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기술은 재료 분야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 머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4일 자(현지시간)로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