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았던 규제가 되려 집값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풍선효과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경기도 전역(일부 지역 제외)을 규제지역으로 묶어버리는 초강수를 뒀지만 이후 집값 상승폭이 더 커진 것이다.
30일 분양평가업체 리얼하우스가 `KB부동산 리브온`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17 부동산 대책 발표 이전인 1월부터 5월 사이 서울 아파트값은 2.9% 오르는데 그쳤지만, 6·17 대책 발표 이후 5개월(7~11월) 동안 아파트값 상승률이 8.2%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2.9배 가량 커졌다.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발표했던 고강도 부동산규제 정책인 6·17 대책이 역효과만 낸 셈이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1~5월 사이에 경기도 아파트 가격이 6.8% 올랐으나 7~11월까진 8.3%로 상승곡선이 더욱 가팔라졌다. 경기권역 내에선 서울 접경지역의 상승폭이 더욱 컸다.
규제지역 중에서 6·17대책 발표 이후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광명시다. 6·17대책 발표 이전엔 광명시 아파트 가격 상승률(1~5월)이 4.3% 수준에 머물렀으나 발표 이후 12.9%(7월~11월)까지 치솟았다. 이어 △구리시(10.7%→12.5%) △남양주시(6.3%→11.7%) △용인시(9.1%→11.2%) △하남시(6.5%→11.0%) 순으로 나타났다.
김병기 리얼하우스 팀장은 "경기도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으면서 기존부터 지정돼 있던 서울과 경기 광명시·구리시·남양주시 등 서울 접경지역 아파트 가격이 오히려 요동쳤다"며 "부동산 규제가 동일해지면서 주변 지역으로 분산됐던 주택 수요가 다시 주요 도시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규제가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있으나 정부는 또 다시 규제지역의 범위를 확대하는 대책을 지난 17일에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이번엔 경기도 파주시를 비롯해 부산 9곳, 대구 7곳, 울산 2곳 등 전국 37곳을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이번 규제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하남시의 한 중개업자는 “과거 서울시가 처음으로 규제지역으로 묶인 이후에도 아파트 매매가격이 여전히 우상향 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성남시 분당구나 과천시, 광명시, 하남시 등도 규제 발표 이후 똑 같은 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규제지역의 학습효과가 반복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규제 강화에 따른 시장의 불안감도 그 만큼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요 억제 정책은 기존 부동산의 공급뿐만 아니라 신규 공급마저 가로막으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선 오히려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수요만을 억제하는 대책이 과연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