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혜 "정의당안이 보이지 않는다…강한 유감"
강은미 "너무나 한심한 상황…답답하다"
법사위, 논의 진전 없어…심사 이어갈 듯
정부가 기존 안보다 수위가 낮아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을 제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심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이에 반발하며 제대로 된 논의를 통해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정부안은 물론 기존 법안을 검토해 심사를 이어갈 전망이다.
정부는 28일 법사위에 부처 의견을 취합해 반영한 중대재해법 수정안을 제출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정부는 기존에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서 상당 부분 수위를 낮췄다.
우선 재계와 노동계가 대립했던 인과관계 추정 조항은 정부안에서 삭제됐다. 법 시행 적용은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후 2년이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기존안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만 4년의 유예기간이 적용됐다. 손해배상액 범위도 대폭 축소했다. 기존안에는 손해액을 5배 이상으로 규정했다. 정부는 해당 내용을 5배 이하로 수정했다. 공무원 처벌과 관련해서도 결재권자 처벌 조항을 삭제하고 직무유기죄에 해당할 때만 처벌하겠다고 규정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해당 내용에 반발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법사위 소위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안이라고 제출한 것에 정의당안이 보이지 않는다"며 "강한 유감"이라고 말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제대로 된 법안 처리를 호소했다. 강 원내대표는 "31일이면 단식 농성 21일 째다. 부모님들이 쓰러지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며 "너무나 한심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논의한다고 보면 얼마나 걸릴지 답답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법사위는 이날 오후 재계와 노동계의 의견을 듣고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중대재해와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정의조차 제대로 내리지 못한 상황이라 회의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정의 개념 부분이 명확해지면 나머지는 빨리 나갈 수 있는 부분들"이라며 "제정법이다 보니 개념 논쟁이 많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임시국회 회기가 아직 남은 만큼 시간을 갖고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법의 원리는 책임을 부과하는 거지만 현실은 처벌에 가니깐 괴리가 극복이 안 되는 법이 됐다"며 "본회의 날짜가 잡히면 바쁘지만 그 전까지 충분히 논의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에 대해 "정부에서 중대재해법 제정의 발목을 잡은 셈"이라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대재해법 제정 취지의 훼손 없이 임시국회 내에 법 제정이 이뤄지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