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배민)’을 품는 대신 요기요를 매각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따라서 ‘2인자’인 요기요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9일 닐슨코리안클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9월 사용자 기준 배달 앱 시장 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59.7%로 가장 높다. 이어 요기요(30.3%), 쿠팡이츠(6.8%), 배달통(1.2%) 순이다.
배민과 요기요가 나란히 ‘2강 체제’를 유지하는 셈이다. 요기요는 2011년 출범한 배달음식 주문 서비스로 현재 DH 한국 지사인 DH코리아가 운영하고 있다. 올해 요기요의 시장 점유율은 20~30%대일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요기요의 시장 가치를 2조 원 안팎으로 예상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 앱 시장이 급성장한 결과다. 후발 주자 대비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매각에 따라 가치가 하락하면 기업가치가 1조 원대에 책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여전히 몸값이 높은 수준인 만큼 요기요를 인수할만한 후보군이 몇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 만큼 자금 조달 여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공정위가 제시한 매각 기한(6개월~1년) 내에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또한, 현재 운영 중인 사업과 시너지도 쉽게 얻을 수 있어 인수에 직접 나설 가능성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요기요의 기업가치가 결국 이번 인수전의 핵심”이라며 “지금 당장 요기요를 사는 것뿐만 아니라, 이후 (배달 앱) 시장에서 어떤 역량을 보일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배달 앱 후발주자인 쿠팡과 네이버, 카카오 등 IT 대기업이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쿠팡은 지난해 5월부터 ‘쿠팡이츠’ 서비스를 통해 음식배달 시장에 진출했다. 올해 9월부터는 DH코리아가 운영 중인 ‘배달통’ 점유율을 앞지르며 몸집도 불렸다. 요기요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업계 2위로 발돋움할 수 있는 만큼 매력적인 딜이란 분석이다.
네이버의 경우 현재 ‘간편주문’, ‘스마트주문’ 등 배달 앱과 서비스 간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자회사 라인이 일본에서 배달 앱을 운영하는 등 해외 자회사들이 음식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점도 주목받았다. 또한, 카카오 역시 ‘카카오 주문하기’ 서비스를 제공하며 음식 배달 서비스를 늘려나가고 있다.
다만 해당 기업들은 인수와 관련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다고 밝힌 상태다.
카카오 관계자는 “(인수 관련) 생각이 없고 논의된 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네이버 관계자도 “아직 아무것도 논의된 바가 없다”고 했고, 쿠팡 관계자도 “아무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DH가 기존 사업자가 아닌 신규 사업자에 요기요를 매각하려 하지 않겠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자금력이 풍부한 롯데,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을 인수 후보로 거론한다. 최근 이들은 배달 시장에 적극적이다. 일례로 롯데그룹은 롯데GRS에서 ‘롯데이츠’를 운영하고 있다. 또 신세계는 SSG닷컴 ‘새벽배송’ 등 자체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