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직장인 송 모 씨는 최근 '곰표맥주'에 꽂혔다. 처음엔 맥주에 붙은 '곰표' 브랜드가 신기해서 구매했는데, 먹어보니 맛도 좋아 틈틈이 산다. '재미'로 시작된 구매는 점점 범위를 넓힌다. 곰표맥주가 다 팔려 없는 날에 송 씨는 말표맥주를 산다. 안주는 곰표젤리다.
송 씨는 자의건 아니건 간에 CU의 곰표 세계관 속에 빠져든 케이스다. '세계관'은 자연과 인간의 행위와 생활을 포함해 사회에 대한 통일적이고 조직적인 파악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지만, 국내에선 게임이나 영화에서 주로 사용돼왔다. 가령 게임의 세계관이란 게임 시나리오상 캐릭터부터 스토리까지 시간적ㆍ공간적ㆍ사상적 배경의 뼈대 역할을 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도 '세계관'을 활용한 마케팅이 활발하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물건의 구매 단계부터 재미를 추구하는 펀슈머가 증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가상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기존 상품이나 굿즈에 스토리를 부여하고, 이는 소비자의 흥미를 증폭시켜 해당 상품뿐 아니라 과거에 만들었던 연계 상품 매출을 끌어올리며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곰표' 세계관 확장에 한창이다. CU는 천연 화장품 스와니코코와 손잡고 곰표 화장품 3종(쿠션팩트ㆍ클렌징폼ㆍ핸드크림)을 오프라인 단독으로 론칭한다고 28일 밝혔다.
CU는 지난해 곰표 팝콘을 시작으로 나쵸, 밀맥주, 빼빼로기획세트, 주방세제 등 대한제분과 10여가지 곰표 컬래버 상품들을 출시했다. 곰표맥주 인기에 힘입어 올해 10월에는 구두약 제조사 말표산업과 손잡고 '말표' 흑맥주도 내놨다.
곰표 밀가루 쿠션팩트(7900원)는 대한제분의 곰표 밀가루가 함유돼 시간이 지나도 피부가 어두워지는 현상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패키지엔 곰표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했다. 곰표 밀가루 클렌징폼(7900원) 역시 밀가루가 1000ppm 함유돼 모공의 노폐물과 피지 흡착 기능이 뛰어나다. 곰표 밀가루 핸드크림(6900원)은 밀가루 추출물, 시어버터 등을 넣어 미백 기능성을 인증받았다.
CU가 이처럼 '곰표 컬래버 상품'을 내놓는 것은 연계 상품이 확대될수록 동일 시리즈에 속하는 상품들의 수요가 덩달아 늘고 있어서다. 실제 CU가 올 한 해 출시한 컬래버 상품은 400여 개에 달한다. 컬래버 상품들의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7배 이상 신장했다.
곰표 밀맥주보다 1년 먼저 출시됐던 곰표 팝콘은 맥주가 출시된 6월부터 매출이 늘었다. 가장 최근 선보인 상품인 곰표 민트젤리는 기존 곰표 컬래버 상품들의 인지도에 힘입어 등장과 동시에 젤리 카테고리 내 매출 1위를 기록했다.
CU의 또다른 히트 시리즈인 ‘삼육두유’ 역시 8월 출시한 삼육두유콘이 뜨거운 반응을 얻자 마카롱, 웨하스, 모나카, 호빵 등으로 협업이 확대된 사례다. ‘삼육두유 유니버스’가 완성되자 겨울에 접어들며 인기가 사그라들고 있던 삼육두유콘 매출도 전월 대비 13% 늘었다.
올해 유통업계의 세계관 마케팅에선 빙그레를 빼놓을 수 없다. 빙그레는 올해 초 자사 SNS에 꽃미남 캐릭터 '빙그레우스 더마시스' 게시물을 최초로 게시했다.
자사 제품을 활용한 익살스런 게시물에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달 기준 빙그레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15만 명에 육박한다. 해당 게시물 업로드 이전(9만7000여 명)과 비교하면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빙그레는 이후 투게더리고리경, 옹떼메로나브루쟝 등 자사 제품을 의인화한 제품을 연이어 내놓으며 '빙그레 왕국 세계관'을 만들었다.
지난달에는 빙그레우스의 왕위 즉위를 기념해 세안밴드와 무릎담요, 극세사 실내화 등 굿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빙그레는 중장년층 장수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고, 젊은 기업 이미지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빙그레는 앞으로도 빙그레 세계관 확장에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빙그레우스 굿즈는 자사 직판 물량의 경우 완판됐다"며 "이번 제품은 겨울 시즌을 겨냥해 만든 것으로 향후 적합한 아이템이 있으면 추가적으로 굿즈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