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나흘 앞둔 상황에서 백화점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신년 세일 계획을 확정하지 못해서다. 대규모 점포인 백화점은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시 영업제한 대상이다.
보통 신년 세일 일정은 늦어도 12월 중순 즈음 확정되지만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우려해 대부분의 백화점들이 사실상 신년 세일에 손은 놓은 상황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빅 3' 중 신년 세일 일정을 정한 것은 롯데백화점이 유일하다.
롯데백화점은 내년 1월 4일부터 17일까지 세일 계획을 세웠다. 다만 이 일정조차도 3단계 격상 시 취소를 전제로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정부 지침 등에 따라 일정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고, 일정 외엔 세일 품목 등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한 게 없다"고 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아직 일정을 정하지 못했다. 올해의 경우 양사는 1월 2일부터 19일까지 신년 세일을 실시한 바 있다.
백화점 후발주자들도 신년 세일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AK플라자 역시 일정을 정하지 못했고 갤러리아백화점은 2일부터 17일까지 세일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코로나19 확산과 정부의 대응책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업계는 3단계 격상에 대비하고 있다.
백화점 3사는 최근 입점 협력사에 공문을 보내 온라인 매장의 입점과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셧다운에도 온라인 판매를 통해 매출을 보전하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롯데백화점 상품본부는 17일 입점 협력사를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대비 사전 안내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백화점 운영 중단 기간에도 온라인 운영을 이어가니, 희망 업체는 신청 접수를 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최근 입점 협력사를 대상으로 유사한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백화점들은 3단계가 시작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계획한 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라이브 방송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또 고객 특성에 맞춰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상품군에 고가 상품을 늘리고 연말 선물용 상품 중심으로 홍보를 병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익명을 요구한 백화점 관계자는 "집합금지가 시작된 가운데 적극적으로 세일 행사를 홍보하는 것도 사실 부담"이라며 "전체 행사가 취소될지 연기될지조차도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백화점의 한 해를 여는 신년 세일의 위상은 갈수록 떨어지는 양상이다. 올해 초 이뤄진 신년 세일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특약매입 지침' 개정 후 첫 행사로 예년보다 소비자 주목도가 현저히 떨어진 채 진행됐다. 이 규정의 핵심은 가격 할인 행사를 할 때 백화점이 할인 금액을 납품업체와 절반씩 나눠 부담하라는 것이다.
또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초 행사는 규제 강화로 납품업체에 세일 참여를 독려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내년은 진행 여부마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