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관련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표준지 공시지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정부는 앞으로도 시세에 맞춰 공시지가 상향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현실화율 68.4%로 올해 65.5%보다 2.9%포인트 상향
국토교통부는 24일부터 전국 표준지 24만 필지의 내년 1월 1일 기준 공시지가 의견 청취 절차를 시작한다. 표준지는 공시지가가 책정되는 전국 3398만 필지 중 각 토지 특성을 대표할 수 있는 필지를 말한다. 표준지 공시지가가 책정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를 기준으로 나머지 필지 공시지가를 매긴다. 이렇게 책정된 공시지가는 재산세 등 토지 관련 세금을 매기는 과표로 쓰인다.
국토부 안(案)에 따르면 내년 표준지 공시지가는 지난해보다 평균 10.4%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12.4%) 이후 13년 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이다. 토지 용도별로는 주거용지(11.1%)의 공시지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상업용지(10.1%), 농경지(9.2%), 임야(8.5%), 공업용지(7.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 같은 큰 폭 상승은 예고된 결과였다. 정부가 공시지가의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지속해서 올리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형평성 있게 조세를 부과하고 공시지가 신뢰성을 높인다는 명분에서다. 최근 주택을 중심으로 전체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공시지가 상승 폭은 예년보다 더 커졌다. 내년 표준지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68.4%로 올해(65.5%)보다 2.9%포인트 높아졌다.
국토부는 2028년까지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90%까지 올린다는 계획이다. 땅값이 현재 수준만 유지해도 공시지가가 지속해서 상승한다는 뜻이다.
지역별로 봐도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에서 공시지가 상승률이 높았다. 내년 공시지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강원 양양군으로 올해보다 19.9% 올랐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로 국내 관광 수요가 많아진 데다 2017년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땅값이 많이 오른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軍) 공항 건설을 추진 중인 군위군 공시지가도 15.7% 오르며 상승률 2위에 올랐다. 시ㆍ도 가운데선 국회ㆍ행정기관 이전 가능성이 커진 세종시 상승률(12.4%)이 가장 높았다.
서울에선 강남구(13.8%)와 서초구(12.6%), 영등포구(12.5%) 순으로 공시지가 상승률이 높았다. 고가주택이나 대형 오피스 건물이 많아 현실화율 상승에 따른 영향이 큰 지역들이다. 내년 서울지역 공시지가는 11.4% 상승했다. 올해 7.89%보다 3.5%포인트 오른 것이다.
면적당 공시지가 상위 1~3위는 올해도 서울 중구 충무로1가 네이처리퍼블릭 부지와 명동2가 우리은행 부지, 충무로2가 명동 유니클로 부지가 차지했다. 이들 부지의 내년도 공시지가는 각각 1㎥당 2억650만 원, 1억9900만 원, 1억91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이 가운데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는 2004년부터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과세 표준인 공시지가가 지속해서 상승하면 토지 관련 세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토지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료 등이 공시지가 영향을 받는다. 세금 부담이 늘어나면 부동산 가격이나 임대료 상승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상가에 딸린 토지 공시지가가 높아지면 상가 신규 분양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상가 임대료도 코로나 정국으로 당장은 올리기 어렵겠지만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인상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공시가격(공시지가) 상승은 이미 예고돼 있던 상황이어서 이미 거래 가격이나 임대료에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앞으로도 공시가격이 시세에 맞춰 계속 상향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번 공시지가안에 대한 의견을 내년 1월 12일까지 받고 2월경 공식적으로 공시할 예정이다. 의견서는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사이트나 각 지자체, 해당 필지 담당 감정평가사가 접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