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철강 시장이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가운데 글로벌 철강사 아르셀로미탈과 닛폰스틸이 미국 공장에 전기로 신설 투자를 발표했다.
23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과 일본 닛폰스틸은 양사가 합작 투자한 미국 남부 앨라배마 캘버트 공장에 7억7500만 달러(약 8597억 원)를 투자해 전기로를 신설한다고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새 전기로는 2023년 상반기 가동할 전망이다. 철 스크랩을 원료로 하며 연간 15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다.
해당 공장은 미국과 브라질 등으로부터 조달한 반제품을 가공해 자동차용 강판 등을 만들어왔다. 새 전기로가 도입되면 자체적으로 강판 제품을 생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닛폰스틸은 “새 전기로를 통해 리드타임을 단축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기로는 고로보다 초기 투자비용 적어 설비 투자가 용이하다. 철 스크랩을 사용하는 전기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친환경 탈탄소 흐름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닛폰스틸은 미국 공장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전기로를 늘려갈 방침이다.
미국은 자동차와 가전 등의 판매 호조로 철강 수요가 회복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생산은 정상화되지 못하면서 철강제품의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열연가격은 1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2018년 상반기 이후 처음으로 1000달러대를 돌파한 상황이다.
미국 내 자동차 공장의 철강 소재 공급 차질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달 S&P글로벌플래츠는 “자동차 생산업계의 철강 공급 문제는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10월 금속서비스센터협회(MSCI)의 재고 데이터에 따르면 탄소강 재고는 1.8개월분, 평판 압연 철강 재고는 1.7개월분으로 집계됐다.
한편 미국 철강 시장의 공급 부족은 국내 철강업계에도 기회가 될 전망이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철강 가동률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상승하기 이전까지는 미국 철강 내수가격의 강세 유지가 전망된다”며 “이는 미국으로 철강 수출을 주로 하는 포스코, 세아제강과 같은 한국 철강 업체들에 수출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으로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