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株 저평가·주주가치 훼손”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상대로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을 축소하라고 지시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여당이 연말 신용대출 규제와 금리 인하를 요구한 것과 맞물려 지나친 경영간섭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은행권과 결산 배당 축소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이다. 금감원은 은행권과의 협의 과정에서 20%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보다 5~7%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25~27%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우리금융이 27%로 가장 높았고 KB금융과 하나금융이 26%, 신한금융이 25%였다. 배당총액 기준으로는 지난해 신한금융이 8839억 원(전환우선주 포함)으로 가장 많았고, KB금융(8610억 원), 하나금융(6165억 원), 우리금융(5050억 원) 등의 순이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례 없는 상황을 맞아 배당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인식이다. 코로나 사태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때문에 위기상황에 대비해 번 돈을 주주에게 나눠 주지 말고 곳간에 쌓아두라는 것이다.
은행권은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불확실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주주친화정책을 포기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다. 신용대출 규제에 이어 배당까지 관여하는 건 ‘관치(官治)’라는 불만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배당은 주주총회 결정 사항으로 금감원이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 은행주가 저평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배당까지 낮출 경우 주주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하나금융이 상반기 비은행, 글로벌 수익으로 주당 5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했을 때도 금감원은 유감을 표하는 등 전방위압박을 가했다.
정부와 여당이 요구한 금리 인하와 신용대출 규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주요 시중은행 간부들과 화상회의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에 대한 예대 금리차(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대출 금리를 낮추라는 것이다. 코로나 상황에서 대출 상환 유예와 신용대출 규제에 이어 처음으로 금리 인하를 지시한 것이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대출과 금리는 시장 원리에 입각에 자연스럽게 결정되는데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코로나19를 앞세워 은행 경영 개입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려는 시도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대출중단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출 총량 관리제도를 세운뒤 지키지 못하는 일부 은행장들에게 면담까지 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은행들은 신용대출 한도를 낮추거나 금리를 올리는 수준을 넘어, 아예 비대면 신용대출 등 일부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등 특단의 대책에 나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