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적 기후재앙을 막기 위한 파리기후협정이 2016년 발효돼 195개 협약당사국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규정된 지 5년이 지났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기후악당’으로 비판받는다. 온실가스(탄소) 배출량은 2016년 6.93억t(톤), 2017년 7.09억t, 2018년 7.28억t으로 계속 늘다가 작년에야 7.03억t으로 줄었다.
탄소를 내뿜는 만큼 제거해 순배출량 0(넷제로)이 되는 상태가 탄소중립이다. 획기적 포집(捕集)기술로 탄소의 대기 배출을 막고 나무를 심어 흡수해야 한다. 기후위기에서 탄소중립은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이다. 우리 경제와 산업구조도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가야 할 길이다. 산업을 어떻게 저탄소 구조로 바꾸고 에너지를 무엇으로 공급하느냐가 핵심 관건이다. 정부는 2050년까지 산업·수송·건물 등 모든 부문의 탄소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전력으로 대체하며, 그 전력을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경제는 자동차·철강·화학 등 탄소배출이 많은 제조업 중심이고, 에너지 생산은 화석연료 의존형이다. 에너지 공급 전환과 고탄소 산업구조 개편,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가속화해야 한다. 하지만 산업연구원은 “앞으로 30년간 매년 탄소 배출을 10%씩 줄여야 하고, 이 과정에서 제조업 생산이 44%, 고용은 134만 명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가 거덜나고 나라가 망가지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전력 공급에서 전혀 계산이 안 선다. 우리나라 온실가스의 87%는 에너지 분야가 배출한다. 탄소중립을 위해 태양광과 풍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 30년 후 발전부문 넷제로를 달성하려면 수백조 원을 쏟아부어 재생에너지 비중을 80% 수준으로 높여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재생에너지 비중은 6.5%에 그친다.
태양광과 풍력의 형편없는 경제성은 말할 것도 없고, 근본적으로 에너지 대안이 되지 못하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햇볕은 낮에만 쪼이고 바람은 오락가락한다. 하루 3∼6시간 간헐적 발전만 가능한 파트타임의 보조 전력에 불과하다. 대용량 전력의 상시적·안정적 공급이 전제되는 기저부하(基底負荷)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이 본질적 한계다.
정부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탈(脫)원전이 탄소중립과 국가에너지 정책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있다. 탈원전은 진실을 부정·왜곡하고, 근거없는 공포만 부추기면서 에너지 대계(大計)를 무너뜨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토록 요지부동 탈원전에 집착하는 까닭을 정말 모르겠다. 국민안전과 환경이 명분인데, 과학은 무시되고 논리적 설득력도 갖지 못한다.
현대 산업시설 가운데 원전보다 안전한 설계·건설·관리체계로 운용되는 건 없다. 대형 지진, 전쟁상황에서의 폭격에도 끄떡없게 만들어진다. 운전 과실로 인한 오동작을 막는 잠김(interlock)시스템, 고장났을 때 스스로 멈추는 페일세이프(fail-safe) 등 다중(多重) 안전구조로 떠받쳐진다. 한국의 원전 안전도는 세계 최고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를 말하는 이 많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은 당연히 밀폐돼야 할 냉각장치를 그냥 땅에 묻고 방호벽도 설치하지 않았던, 애초부터 결함 설비였다. 그런 원전 이 나라에 없다.
환경에 대한 우려는 더욱 터무니없다. 원전의 탄소 배출은 화석연료의 1% 미만이다. 게다가 태양광과 풍력은 원전보다 훨씬 환경파괴적이다. 광대한 땅과 산림을 파헤치고 깎아야 한다. 한국에너지공단 조사에서 2015년 이후 19조 원 가까운 돈을 들여 전국 6만여 곳에 태양광 시설이 깔렸고, 그 면적은 157.5㎢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면적의 4분의 1, 여의도의 50배다. 생산전력은 올 들어 8월까지 92만2000㎾h로, 작년 가동에 들어간 신고리원전 4호기(87만5000㎾h) 하나와 비슷하다. 이 원전 건설비용은 3조8000억 원 정도였고 발전소 면적은 0.45㎢에 그친다.
원전은 잠재적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가장 뛰어난 클린(clean) 에너지다. 미국·일본·영국·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탄소중립을 위한 첫째 대안으로 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우리 정부는 진실에 눈감은 채 잘못된 판단을 내려놓고, 심각한 오류를 기만적으로 부정한다. 탄소중립과 탈원전은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이자 허상이다. 무지(無知)가 재앙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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