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50달러 선에 바싹 다가서면서 금리ㆍ통화정책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유가가 반등하게 되면 각국 부양책 방향도 바뀔 것이란 예상에 원자재 시장 랠리는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49.1달러를 기록하며 50달러 선에 근접했다. 내년 경기회복 기대감은 국제유가를 7주 연속 상승시키고 있다.
달러 약세로 인해 원자재 등 위험자산 랠리가 지속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향후 유가의 상승 여부가 주요 요인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를 제외한 귀금속, 산업용 금속, 산업용 중간재, 농산물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돌파했지만 유가만은 전고점을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유가는 50~60달러대가 ‘스위트 스폿’으로 불린다. 수급상 가장 적정하다는 가격대인데, 펜데믹 확산 이후 경제 봉쇄 탓에 원유 수요가 곤두박질치면서 한때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다가, 코로나19 이전 수준 직전에 머물고 있다.
조익재 하이투자 연구원은 “유가가 오르지 못한 것은 코로나19가 여전히 확산 중이라는 현실을 가장 직접 반영하는 자산”이라며 “여타 원자재들은 실질 금리 하락에 의한 실물 자산으로서의 상승과 글로벌 제조업 경기 회복에 의한 실수요 증가로 인한 상승을 누려왔는데 유가는 그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원유시장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ㆍ통화 완화정책에 따라 더 상승할 것으로 조 연구원은 전망했다. 그는 “달러 약세로 원자재를 포함한 위험자산 랠리가 전개될 것으로 본다”며 “백신 효과가 가시화되면 연준을 앞서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시장은 유가와 금리가 상승하는 쪽으로 베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원유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투자 심리와 원유 수급 펀더멘탈과의 괴리가 있단 분석이 나온다. 백신 개발로 원유수요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남아있단 것이다. 실제로 국제공항협회에 따르면 국내 여객 운항은 2023년에서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으며, 국제 여객 운행은 2024년에서야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10개 산유국 연합체인 OPEC+의 원유공급 확대 리스크도 존재한다. 2021년 1월부터 OPEC+의 원유공급량은 일일 50만 배럴 늘어날 계획이다.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우 원유생산 가능 규모를 늘리기 위해 향후 5년 동안 122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란 정부도 원유 생산량이 단기간 내에 최대치로 재개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백신 개발 소식으로 유가의 변동성은 높아질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국제유가는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불구하고 원유 수급이 개선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며, 신재생 에너지로의 산업 구조 변화로 원유수요 개선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고 예상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원유시장 내 수급 여건은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라며 “미국, 유럽지역의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진정되기 전까지 경제 봉쇄가 이어지며 원유 수요 둔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리비아 산유량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1월부터 OPEC+의 감산 규모도 점차 축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